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 휘하의 수군은 청어를 많이 잡은 모양이다. ‘난중일기’ 중 1595년(선조 28) 12월 4일의 일기를 보면 이런 구절이 있다. “순천 2선, 낙안 1선을 군사 점검하고… 황득중·오수 등이 청어 7000여급을 싣고 오므로 김희방의 곡식 사러 가는 배에 세어 주었다.” 청어를 잡아 군량미로 바꿨음을 알 수 있다.
청어는 최근 들어 동해에서 많이 잡히는 어종이다. 4일 강원특별자치도 글로벌본부 주간 어획 동향에 따르면 올 1월부터 지난달 25일까지 동해안에서 잡힌 어획량은 총 3731t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2% 수준을 보였다. 어종별로 보면 청어 어획량이 눈에 띄게 늘었다. 청어 어획량은 292t으로, 예년(3년 평균) 68t보다 4배 넘게 잡혔다. 전년 117t과 비교해도 약 2.5배 많다. 한류성 어종인 청어는 삼척에서 111t으로 가장 많이 잡혔다.
다음으로 눈에 띄는 어종은 방어다. 2017년까지만 해도 방어는 어획량이 적어 집계조차 되지 않는 소수 어종이었다. 그러다 어획량이 점차 늘면서 2022년과 2023년에는 각각 6137t, 4787t을 기록했다. 난류성 어종인 방어가 제주도가 아닌 강원 앞바다에서 터줏대감이 된 것이다. 요즘 아열대성 어류인 참치도 동해안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으며, 서해에서 잡히던 꽃게도 동해에서 잡히고 있다. 반면 동해에서는 ‘국민 생선’으로 불리던 명태의 씨가 마르고, 대표 어종인 오징어는 어획량이 줄어 가격이 오르면서 ‘금징어’가 된 지 오래다.
지구 온난화로 바다가 뜨거워지면서 생기는 변화다. 국립수산과학원의 ‘2024 수산 분야 기후변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연근해 평균 수온은 56년간 1.44도 올라 지구 평균보다 2배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특히 동해에서는 수온이 1.9도 올라 서해(1.27도)와 남해(1.15)보다 상승 폭이 컸다. 바다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추적하고 예측하는 시스템을 어민에게 제공하는 노력이 필요한 때다. 급격한 기후 변화로 인해 어장(漁場) 지도를 다시 그려야 하기 때문이다.
김준동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