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에는 늘 일인자와 이인자가 존재한다. 일인자는 주목을 받으며 중요한 결정을 내리고 성과의 중심에 서 있는 듯하다. 반면 이인자는 묵묵히 일하고도 성과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자신이 노력한 결과가 일인자의 몫이 될 때도 있다. 이인자는 서러움을 느낀다.
한 직장인이 상담실에 와서 회사생활에 대한 심정을 말했다. 그는 중요한 제품 설명회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최선을 다해 준비했고 행사도 완벽하게 마무리했다. 뿌듯한 마음으로 뒤풀이 자리에 참석했지만 동료들은 상사에게만 공을 돌리며 칭찬 세례를 쏟아냈다. 정작 자신이 모든 일을 했는데도 인정받는 사람은 따로 있었다. 문득 ‘내가 뭐 하러 이렇게까지 열심히 하지? 회사를 그만둘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이런 경험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것이다. 처음에는 단순한 서운함으로 느낀다. 그러나 비슷한 일이 반복되면 조직에 불만이 쌓이고 분노를 느끼기도 한다. 직무성과와 조직문화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조직을 떠나도록 만들기도 한다. 갈등 해소를 위해 다양한 교육이나 단합대회를 열지만 실질적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감정적 문제는 표면적으로 해결된 것처럼 보여도 정작 중요한 순간 다시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는 노력과 인정 사이의 괴리 때문이다. 사람들은 노력한 만큼 인정받아야 한다고 믿는다. 그렇지 못하면 여러 가지 부정적 감정을 느낀다. 결국 더 유능하게 일하고 노력할 수 있는 자신의 가치가 저평가되는 느낌마저 들게 된다.
그런데 왜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 걸까. 이는 조직의 구조적 문제도 있지만 심리적 문제도 있다. 후자와 관련해 자기의 존재 가치에 대한 시선을 외부에 맡겨두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한 일을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인정해 주는가에 관심을 쏟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직의 리더가 가치를 인정해주면 기분이 좋지만 그렇지 않으면 실망을 느낀다.
이인자가 겪는 속상함과 실망감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답은 시선을 돌려 자신의 가치를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찾는 것이다. 위에서 말한 직장인은 상담 과정에서 이렇게 말했다. “처음에는 내가 한 일을 사람들이 몰라준다고 서운했어요. 그런데 그 일을 다른 사람이 했다면 그 사람이 부러웠을 거예요. 내가 인정받으려는 마음이 강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 일을 내가 해냈다는 자부심을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자신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면 서운함과 불만의 근원이 외부의 인정에 기대고 있었기 때문임을 깨닫는다. 자신을 이인자라고 느끼는 사람은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나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와 같은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봐야 한다. 이를 통해 조직의 위치나 인정에 관계없이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될 수 있다.
물론 이런 태도를 가지는 것은 쉽지 않다. 외부의 인정이 없는데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라는 것은 ‘약자의 위로’에 지나지 않고 고리타분한 말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오랫동안 타인의 인정을 받으려는 태도로 살았기 때문에 생기는 반응이다. 이런 마음의 틀을 바꾸지 않는 이상 세상은 계속 불공평하게 보이고 고통은 반복될 것이다. 놀랍게도 스스로 자신의 노력에 가치를 부여하는 사람은 일인자의 인정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매 순간 일을 통해 성장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스스로 기뻐하고 자기 성취에 만족감을 느낀다. 조직에서는 이인자일 수 있지만 삶에서는 스스로 빛나는 존재가 된다. 심지어 일인자에게 인정을 제공하는 사람이 된다. 당신은 이미 충분히 가치 있는 사람이다. 조직에서의 역할은 당신이 어떤 사람인가를 말해주지 않는다. 당신 스스로가 당신을 빛나게 한다.
차명호 평택대 상담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