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들의 교육현장 복귀가 늦어지는 배경에 의사·의대생 익명 커뮤니티 ‘메디스태프’ 등에서 이뤄지는 온라인 괴롭힘이 주요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메디스태프는 복귀한 전공의와 복학한 의대생 실명을 공유한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곳이다. 최근 메디스태프에서는 신입생들도 휴학에 동참하도록 관리해야 한다는 여론을 조성하고, 내부 게시글이 유출되지 않도록 보안을 강화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대학에서 휴학 동참을 압박하는 등 수업 참여를 방해한 의혹이 제기되자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메디스태프에는 3일 각 의과대학의 신입생 휴학률을 집계한 게시글들이 올라왔다. 한 대학교의 신입 의대생 90% 이상이 ‘수업 거부에 참여하겠다’고 답한 설문 결과를 공유하며, 휴학률이 낮은 학년을 겨냥해 “후배들 보기 부끄럽지 않느냐”고 직격했다. 경기 지역 한 의과대학의 기숙사 신청 현황을 공유한 글의 작성자는 “신입생 분들은 본인들의 미래를 위해 현명한 선택 하시길”이라고 썼다.
메디스태프는 최근 글 내용을 외부로 유출하지 못하도록 보안 정책도 강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가나다라마바사’라는 문장에서 한 계정에서는 ‘가’ ‘다’ ‘바’ 글자가 작게 표시되고, 다른 계정으로 접속하면 ‘나’ ‘다’ ‘사’ 글자를 작게 표시하는 식이다. 의대생 A씨는 “화면 배경에 이용자 전화번호를 워터마크로 새겨 유출을 방지했다”며 “사람들이 이걸 가리고 언론에 제보를 하니, 이젠 글씨 크기를 다르게 해서 그 패턴으로 유포자를 솎아낼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메디스태프 자체 메신저 앱 ‘슈터’를 이용하면 블랙리스트 등의 개인 신상을 공유해도 누가 했는지 특정되지 않을 수 있다. 이 메신저를 활용하면 대화 당사자 외엔 서버에 기록이 남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대생들은 점점 더 폐쇄적으로 변하는 메디스태프의 운영 방침이 결국 참여자 상호 간의 의심을 부추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의대생 B씨는 “메디스태프에 올라오는 극단적인 의견이 누구의 것인지 모르니, 앞으로 주변인과의 관계에 있어서 진정성을 의심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A씨는 “메디스태프의 모든 기능이 내부의 더러운 이야기들을 유출하지 못하도록 짜여져 있다”고 비판했다.
강화된 메디스태프의 보안 정책으로 복귀 의대생에 대한 집단 공격이 더욱 노골적으로 변할 것이란 우려도 크다. 온라인상 집단 괴롭힘이 두려워 당초 복학을 결심했다가 취소한 이들도 있다. 의대생 C씨는 “복학 의대생 명단 유출이 기사로 나온 다음날 복학한 의대생들이 불안을 토로했다”고 전했다.
메디스태프에선 복학하기로 했다가 다시 휴학을 선택한 이들을 ‘회개 감귤’이라는 멸칭으로 조롱한다고 한다. 여기서 ‘감귤’은 복학한 의대생들을 조롱하는 말인데, 다시 휴학을 선택해 자신들의 수업 거부 대열에 동참했으니 ‘회개’했다는 뜻을 덧붙여 만든 단어다. B씨는 “학교 측은 수업 참여로 인한 부당한 불이익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로 이뤄진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달 교육부의 수사 의뢰를 받아 연세대 의대 학생들의 수업 방해 의혹을 입건 전 조사 중이라고 이날 밝혔다. 메디스태프를 통해 집단행동에서 이탈한 연대 의대생 50여명의 명단이 공유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웅희 기자 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