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네사렛 호숫가에서 텅 빈 그물을 씻고 있을 때
붉은 새벽빛 사이로 걸어오시던 당신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리라는 부르심에
거친 파도처럼 뛰던 심장 박동소리
헐몬산에 초막 셋을 짓고 머물고 싶었던 애상(愛賞)
당신이 십자가 지러 가실 때 손에서 놓치고야 말았던
춥고 낯선 밤의 검(劍)
가야바의 궁전 뜰에 타오르던 모닥불은
두려운 심장을 얼어붙게 하였고
당신을 세 번이나 부인하였을 때
귓가에 들렸던 닭 울음소리
불빛 사이로 마주친 님의 눈빛 앞에
끝내 쏟아지고야 만 눈물의 강
아, 디베랴의 밤길을 걸어와
새벽 바닷가에 모닥불을 피워 주신 당신
그 따스한 불빛
영원히 잊지 못할 눈빛
하얀 파도 소리 너머 빛나던 별빛.
소강석 시인·새에덴교회 목사
예수의 열두 제자, 사도들에 관한 시는 베드로로부터 시작된다. 갈릴리 출생으로 그의 원래 이름은 시몬이었으며 베드로는 예수가 지어준 별명으로 ‘반석(盤石)’이라는 뜻이다. 성경에서 볼 수 있는 그의 성격은 충동적이고 열정적이나 리더십이 강하다. 네로 황제 시기에 로마에서 십자가에 거꾸로 못 박혀 순교했다. 게네사렛 호숫가에서 새벽빛 사이로 예수를 만난 후, 그는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라는 부르심’에 순종했다. 이 시는 시종일관 베드로가 ‘당신’에게 말하는 1인칭 화법을 유지하고 있다. 이 화법으로 시인은 스승을 잃은 베드로의 배신과 눈물과 회개를 거쳐 ‘디베랴의 밤길’을 걸어와 다시 대가 없이 불빛 눈빛 별빛을 공여해준 예수의 사랑을 증명한다. 그 요점은 이 무한대의 사랑이 언제나 우리에게도 미치고 있다는 시인의 인식이다.
-해설 : 김종회 교수(문학평론가, 전 경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