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미래 산업의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양자컴퓨터에서도 1위를 노린다. 양자역학의 원리를 응용한 양자컴퓨터는 슈퍼컴퓨터가 1만년 넘게 걸리는 연산을 몇 분 내에 해낼 수 있는 미래형 첨단 컴퓨터다.
중국 스타트업 오리진퀀텀은 양자컴퓨터계의 ‘딥시크’로 주목받고 있다. 이 회사가 지난해 1월 출시한 양자컴퓨터 ‘오리진우쿵’의 글로벌 방문자 수는 지난 14일 2000만명을 돌파했다. 중국 고전소설 서유기의 손오공에서 이름을 따온 오리진우쿵은 중국 독자 기술로 만든 72큐비트 규모의 초전도 양자컴퓨터다. 미국의 대표적 양자컴퓨터 기업 아이온큐에서 올해 출시 예정인 64큐비트 양자컴퓨터보다 규모가 크다. 큐비트는 양자컴퓨터의 성능을 나타내는 기본 단위로 큐비트가 많을수록 더 복잡한 계산을 할 수 있다.
오리진퀀텀은 오리진우쿵을 전 세계에 공개하고 원격 이용 신청자를 받았는데 1년여간 총 139개국에서 접속이 이뤄졌다. 미국에서 접속이 가장 많았고 하버드와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등 명문대학에서 신청한 건수만 5만여건이었다.
중국과기대는 지난해 12월 105큐비트 양자컴퓨터 ‘주충즈 3호’를 공개했다. 구글이 지난해 10월 공개한 72큐비트 ‘시커모어’의 성능을 뛰어넘는다. 중국과학원은 같은 달 중국텔레콤양자그룹(CTQG), 중국과학원양자정보·양자과학기술혁신연구원, 퀀텀시텍과 공동 개발한 504큐비트 ‘톈옌-504’를 내놓고 세계 최고인 1121큐비트 규모의 IBM 양자컴퓨터 ‘콘도르’ 추격에 나섰다.
중국은 2006년 발표한 ‘국가 과학기술 발전 중장기 계획(2006~2020년)’에서 양자 기술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제14차 5개년 계획(2021~2025년)에선 양자 기술을 7대 핵심 분야 중 하나로 선정해 국가 차원에서 연구개발을 지원했다.
미국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은 지난해 9월 보고서에서 중국이 14차 5개년 계획을 통해 양자 기술에 투자한 자금 규모를 150억 달러(약 22조원)로 추산했다. 미국의 추정 투자 규모 38억 달러의 4배다.
중국은 지난해 기준 3217건의 양자컴퓨터 특허를 확보했다. 미국의 2740건을 넘어 세계 1위다. 오리진퀀텀은 미국 IBM을 제치고 양자컴퓨터 특허 보유 세계 1위 기업으로 부상했다.
ITIF는 “중국이 글로벌 양자 기술 경쟁에서 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며 “야망과 규모 면에서 다른 국가를 앞지를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