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3일 국민의힘 지도부를 만나 “윤석열 대통령이 구치소에 수감돼 이런 상황을 맞게 된 것에 마음이 무겁다”며 “국가의 미래를 위해 여당이 단합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여당 지도부는 앞서 지난달 27일 이명박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둔 상황에서 보수가 배출한 두 전직 대통령을 만나며 ‘집토끼 결집’을 꾀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 여당 지도부는 대구 달성군 박 전 대통령 사저를 찾아 1시간가량 면담했다. 권영세 비대위 체제 출범 뒤 당 지도부가 박 전 대통령을 예방한 건 처음이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두 대표(권영세·권성동)가 경험이 많으니 이 상황을 잘 극복할 것”이라며 “어려울 때는 대의를 위해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박 전 대통령은 “돌이켜보면 개인의 소신이 항상 있을 수 있지만 당대표가 소신이 지나쳐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집권여당 의원들이 소신을 내세워 개인행동을 지나치게 하는 것은 위기 극복에 도움이 안 된다” 등 언급을 하며 거듭 ‘단일대오’를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통령은 이와 함께 “지금 대내외적 여건이 어렵고, 경제·민생도 어려우니 집권여당이 끝까지 민생을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며 “거대 야당을 상대로 하는 힘든 일이 많겠지만 집권여당으로서 책임을 꼭 다해 달라”고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은 윤 대통령 탄핵심판과 관련해선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국론이 분열될 가능성이 있고, (진영 간) 대립해 상황이 매우 어려워지지 않을까 걱정이 많이 된다”며 우려를 표했다고 신 수석대변인은 전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국회 측 탄핵소추위원장을 맡았던 권 원내대표는 당시 일을 거론하며 “사랑을 참 많이 주셨는데, 마음 아프게 해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박 전 대통령은 “다 지난 일인데 너무 개의치 말고 나라를 위해 열심히 일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이번 회동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은 “헌정을 농단한 윤석열 탄핵 선고를 앞두고, 국정농단으로 탄핵당한 전 대통령에게 조언을 구하러 간 모양새”라고 비판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변론 종결 후 변호인단 접견에서 “끝까지 최선을 다해 국민이 원하는 정당하고 합당한 결과가 나오도록 노력해 달라”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우진 성윤수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