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핏빛 눈물 닦아주자”… 교육·의료·치유 사역 시동

입력 2025-03-04 03:01
러시아의 침공으로 전쟁이 시작된 지 3년, 우크라이나인들은 심리적 트라우마와 구호물품 부족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쟁으로 인한 삶의 피폐함은 여전하지만 우크라이나 구호에 관한 세계인의 관심은 현저히 낮아졌다. 절망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전쟁 난민들의 손을 놓지 않으며 사랑과 구제의 불씨를 지피는 ‘그리스도의 대사들’이 있다.

방대식(왼쪽) 박형엽 우크라이나 선교사 부부가 2022년 11월 우크라이나 피란민들에게 나누어 줄 이불을 실은 뒤 차량 뒤에 서 있다. 방 선교사 제공

우크라이나에서 사역해 온 한국인 선교사 세 가정은 최근 우크라이나 재건을 꿈꾸며 ‘뉴호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프로젝트를 처음 제안한 방대식(58) 선교사는 우즈베키스탄 선교사, 씨드(SEED) 국제선교회 미국 부대표 등을 거쳐 2018년부터 우크라이나에서 사역해 왔다.

프로젝트로 잠시 방한한 그를 최근 서울 구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전쟁 발발 두 달 뒤인 2022년 4월부터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인 폴란드 루블린에서 피란민 사역을 했다. 루블린에는 우크라이나 난민 센터가 있었는데 방 선교사는 그곳에서 인상적인 장면을 목격했다. 절망적 환경 속에서도 열 살 된 우크라이나 꼬마가 독학으로 독일어를 공부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한국전쟁이 떠올랐다고 했다.

방 선교사는 “한국이 잿더미에서 다시 일어선 여러 요인 가운데 교육이 있다”며 “다시 우크라이나로 돌아가게 되면 이들에게 공부할 길을 터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현지에서는 교육뿐 아니라 전쟁으로 인한 심리적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상담 및 의료 서비스도 시급하다. 그래서 세 가지 사역을 지역사회와 피란민에게 제공하는 선교센터의 설립을 꿈꿨다. 이름하여 ‘뉴호프 센터’다.

방 선교사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민의 절반 이상이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 방 선교사는 “전쟁으로 트라우마를 치료할 여력이 없는 이들이 정서적으로 회복할 길이 요원해 특히 상담 사역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방 선교사의 비전에 전석근 곽정숙 선교사, 김현호 주경옥 선교사 가정이 동역하기로 했다. 방 선교사는 우즈베키스탄 에버그린 인터내셔널학교에서의 경력 등을 살려 센터를 운영할 예정이다. 김 선교사는 대체의학을 공부해 한방 관련 활동을 할 수 있으며 그의 아내 주 선교사는 키이우국립대에서 한국어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전 선교사도 세계전문인선교회(PGM)에서 파송받아 다양한 사역에 동참할 예정이다. 방 선교사는 한국어교육 전공자나 영어 강사 등 달란트 있는 성도들의 동역을 요청했다.

이외에도 피란민을 위해 활발하게 구호·지원 활동 등을 전개하는 기독 구호단체들이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 리비우에는 기독NGO 비에프월드(대표 현경만)의 지원으로 ‘리비우 한국 메디컬센터’가 설립됐다. 메디컬센터 사역을 맡은 이창배 우크라이나 선교사는 지난달 28일 경기도 의정부 광명교회에서 국민일보와 만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우크라이나인들의 정신·육체적 피로도는 극에 달했다”며 “교회 건물 1층을 의료시설로 개조해 치과 진료 및 물리치료 등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구호단체 더펠로우십코리아(대표 윤마태)는 전쟁으로 가족을 잃어 생계유지가 어려운 우크라이나의 한부모가정을 지원하는 ‘엄마의 용기’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현지 기관 등과 가정에 직접 방문해 생필품과 생활비를 지원한다.

사마리안퍼스 의료진이 우크라이나에 설치한 이동식 의료소에서 진료하는 모습. 사마리안퍼스 제공

국제구호단체 사마리안퍼스(대표 오기선)는 전쟁으로 폐허가 된 마을의 곡물 창고 두 곳의 복구 작업을 도왔다. 또한 지역교회와 연계해 ‘생명의 물’ 캠페인을 전개했다. 지역 교회를 거점으로 10만명 이상에게 공급할 수 있는 우물 35곳을 설치했다.

손건호 사마리안퍼스 팀장은 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전쟁으로 무너진 터전을 세우고 상처받은 이들의 마음을 회복시키기까지 많은 시간과 물자가 필요하다”며 기도와 관심을 요청했다.

김아영 기자, 의정부=박윤서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