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발 떨어진 밸류업…‘당근책’ 목 빠진다

입력 2025-03-03 18:28
게티이미지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우수기업 105개를 선별해 지수로 만든 ‘코리아밸류업지수’는 올해 수익률 3.65%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5.57%) 코스닥(8.34%)보다 낮다. 이 지수는 밸류업 정책 후속 지원책 중 하나로 기업들의 주주가치 제고 노력을 유도하기 위해 설계됐다. 시장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성과는 밸류업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3일 정부가 밸류업 정책을 발표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처음에 계획했던 후속 지원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원책 중 하나인 밸류업지수에는 고려아연과 두산밥캣, 이수페타시스 등 밸류업에 역행하는 기업들이 이름을 올리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는 12개가 상장돼 있는데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상품을 제외하면 순자산 총액 500억원을 넘는 상품이 없다.

전문가들은 가장 시급하게 추진돼야 할 후속 조치로 ‘당근책’을 꼽는다. 상장사의 선의에만 기댄 정책으론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공시를 하고 이를 지키는 것이 상장사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 있는데, 지금은 하지 않아도 용인되는 분위기”라며 “아무런 약속도 하지 않는 기업이 ‘위너(승리자)’인 정책”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이를 알고 있다. 지난해 7월 정부가 배당소득 분리과세와 주주환원 대상기업의 법인세 세액공제를 골자로 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발표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진척이 없다. 정부는 민주당을 설득할 계획이었지만 12 3 비상계엄 사태로 논의가 중단됐다. 정부는 지난 1월 밸류업 세제 혜택을 재추진한다고 밝혔지만,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밸류업 후속 지원책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는 올해 들어 5조5681억원어치 국내 주식을 팔고 떠났다. 올해 증시 상승은 온전히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매수에 나선 덕분이다. 우재준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벤처캐피털 석사 교수는 “정책적인 불확실성이 심해 외국인들은 수익을 내고 나갈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설명했다.

실물 경제를 뒷받침할 산업 정책도 부족하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정 공백 수습을 위해 만든 여·야·정 국정협의회에서도 산업 경제 정책은 한참 뒷순위다. 지난달 28일 협의회는 민주당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미임명에 반발해 회의 참석을 거부하면서 무산돼 회의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반도체 특별법과 추가경정예산 등 증시 분위기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책은 논의 시점 예상이 더욱 어려워졌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이해관계를 떠나 우리 경제에 어떤 것이 필요한지 논의를 하고 합의해야 하는데 답답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