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갈등 해소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면서 2026학년도 의대 정원도 다음 달 말까지 오리무중이란 관측이 나온다. 교육부가 ‘증원 0명’ 의사를 내비치고, 보건복지부가 이에 공개 반대하는 등 정부 내 엇박자까지 노출되며 올해 정원 논의는 더 꼬이는 모습이다. 대입 수험생들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의대발 불확실성’에 시달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의료인력 수급 추계위원회’(추계위) 설치를 담은 보건의료기본법 개정안은 지난달 27일 국회 보건복지위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를 통과했다. 의대 정원 조정 시 과학적 근거를 제공하는 추계위를 통해 정부와 의사 단체들이 수긍하는 증원 규모를 결정한다는 게 법안의 골자다.
개정안은 복지위 전체회의,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를 남겨뒀다. 절차대로 진행되면 이달 초 혹은 중순 본회의 의결이 이뤄질 수 있다. 국무회의를 거쳐 관보 게재를 마치면 법안은 효력을 갖는다. 추계위 위원 추천 및 구성 절차 등을 서둘러 진행하면 추계위 첫 회의는 3월 말 혹은 다음 달 초쯤 이뤄질 전망이다.
문제는 올해 고3이 치르는 2026학년도 대입이다. 의대 모집인원 결정 시한은 다음 달 말이다. 추계위가 빠르게 구성되더라도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결정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여야는 이를 고려해 개정안에 2026학년도에 한해 각 대학 총장이 정해진 범위에서 자율적으로 모집인원을 정하도록 하는 특례조항을 뒀다.
대학별로 의대 모집인원을 정하면 대학 본부와 의대가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의대 측은 증원 규모를 줄이기 위해 의사 단체들과 대학 본부를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의대 교육 인프라에 투자를 해놓은 상태에서 신입생이 줄면 타격이 큰 만큼 대학본부 역시 물러서기 쉽지 않다.
의대 모집인원 결정이 늦어지면 대입 현장의 혼란은 가중된다. 의대 입시는 의대뿐 아니라 전체 대입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끼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지난해 의대 모집정원이 증가하면서 수시와 정시 모두 의대 지원자가 크게 늘었다. 또 변화가 생기면서 입시 예측성이 2년 연속 ‘제로’인 상태가 된다”고 말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