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주력 산업 15개 품목 중 4개는 ‘트럼프 2기’ 관세 정책과 무관하게 올해 수출 전망이 어둡다. 글로벌 수요 부진과 중국산 제품의 공급과잉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구조적 부진’으로, 구조조정 등을 통한 경쟁력 제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의 15개 수출 주력 품목 중 지난해 6개월 이상 수출이 감소한 품목은 8개다.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철강, 일반기계, 석유제품, 섬유, 가전, 이차전지 품목이 약세를 면치 못했다.
이 중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철강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 선전포고에 올해 수출 전망이 불투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산 철강에 관세 25%를 부과하기로 했고 조만간 자동차에도 관세를 매길 계획이다. 이차전지도 전기차 실적과 연동되는 만큼 지난해 부진이 올해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반면 일반기계 석유제품 섬유 가전은 미국 관세 정책의 직접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다. 하지만 올해 전망이 어둡기는 매한가지다. 일반기계는 지난해 3~12월 중 7월(17.7%)을 제외하면 모두 수출이 감소했다. 석유제품 수출도 8~12월 연속 내리막을 그리며 전년 대비 -3.3% 줄었다. 섬유와 가전도 비슷한 상황이다. 4개 품목은 올해 들어서도 2개월 연속 수출이 감소했다. 지난달 4개 품목 수출은 전년 대비 -0.7~-12.3%를 기록했다. 지난달 조업일수는 지난해 2월보다 3.5일 많았는데도 모두 마이너스였다.
한국무역협회는 최근 보고서에서 이들 4개 품목의 수출 부진 원인으로 대(對)중국 수출 감소를 꼽았다. 중국발 공급과잉도 이들 품목 수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여기엔 중국에 우위를 빼앗긴 이차전지도 추가된다. 특히 가전의 경우 4일부터 북미 생산 거점인 멕시코의 관세 부과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공급과잉은 단시간에 해결될 가능성이 작아 산업별로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경쟁력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서도록 측면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12월 석유화학·제품 경쟁력 강화에 3조원 규모 정책자금을 지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 1월에는 이차전지 대책으로 업계에 8조원 규모 정책금융 공급책을 내놨다. 섬유 분야는 친환경 섬유 개발 지원 등을 시행 중이다.
하지만 기업 자율에 맡길 경우 구조조정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통화정책방향회의 후 “지난 10년 동안 새로운 산업을 도입하지 않은 점을 뼈아프게 느껴야 한다”며 “누군가 고통 받아야 하는데 사회적 갈등을 감내하기 어려워 피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말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성숙기에 접어든 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종합적인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