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2~3년 뒤를 전고체 배터리 산업화 시점으로 제시하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가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연구·개발(R&D)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를 둘러싼 경쟁이 한층 격화하는 분위기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관영 중국중앙TV(CCTV)는 최근 중국전기차100인회(100인회) 소속 전문가의 분석을 인용해 중국의 전고체 배터리 산업화 시점을 2027~2028년으로 예상한다고 보도했다. 본격적인 양산 시점으로는 2030년을 제시했다. 100인회는 “지난해는 중국 전고체 배터리 기술 발전에서 이정표를 세운 해”라며 “중국이 신청한 관련 특허 건수가 일본의 3배 수준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전고체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 사이에서 이온을 전달하던 기존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대체한 전지를 말한다. 안전성이 우수한 데다 에너지 밀도가 높고 충전 속도도 빨라 ‘꿈의 배터리’로 불린다.
중국 배터리 기업들은 현재 황화물을 주 전해질로 하는 기술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BYD는 2027년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시험 생산을 시작해 2030년부터 대량 양산에 돌입하겠다는 계획을 최근 내놨다. CATL은 2027년 전고체 배터리 소량 생산을 목표로 세우고 지난해 관련 R&D 인력을 1000명 이상 충원했다. 100인회는 “㎏당 400와트시(Wh)의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배터리를 실현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현재 통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당 150~250Wh의 에너지 밀도를 갖는다.
국내 배터리 업계도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3년 업계 최초로 수원 연구소에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을 구축하고 시제품 생산 중인 삼성SDI는 2027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전고체 배터리 충전 속도를 10배 높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으며, SK온은 고분자·산화물 복합계와 황화물계 등 두 가지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개발 중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배터리 업계는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고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R&D 투자와 생산 역량 확대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전고체 배터리의 상용화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대량 생산을 위한 기술적 난제와 높은 비용이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지속적인 성능 향상으로 전고체 배터리의 시장 진입이 예상보다 늦어질 수도 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