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서 쫓겨난 젤렌스키, 영국 왕실선 환대받아

입력 2025-03-03 18:45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2일(현지시간) 노퍽주 샌드링엄의 왕실 저택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두 사람은 접견실에서 차를 마시며 1시간가량 환담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충돌한 뒤 백악관에서 사실상 쫓겨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영국 왕실의 샌드링엄 저택에서는 찰스 3세 국왕의 따뜻한 환대를 받았다.

BBC에 따르면 젤렌스키는 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키어 스타머 총리 등 유럽 정상들과 만나 우크라이나 안보 강화 방안을 논의한 뒤 노퍽주의 왕실 영지인 샌드링엄으로 이동해 찰스 3세를 예방했다. BBC는 “젤렌스키가 샌드링엄 왕실 저택에 도착했을 때 지역 주민들이 우크라이나 국기를 들고 환영했다”며 “국왕과 젤렌스키는 샌드링엄 접견실에서 차를 마쳤다”고 보도했다. 왕실 소식통은 “젤렌스키가 따뜻한 환영을 받았다”고 전했다.

찰스 3세는 2022년 9월 즉위한 이후 줄곧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를 표명해 왔다. 지난해에는 “우크라이나 국민이 형언할 수 없는 침략을 경험하고 있음에도 놀라운 용기와 회복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는 이날 찰스 3세를 만난 뒤 기자들에게 “우크라이나를 돕고 지원하는 국왕과 왕실에 감사하다”며 “그(찰스 3세)는 영국에서 훈련받는 우크라이나 군인들도 만났다”고 말했다. 찰스 3세는 2023년 2월 영국 남부 윌트셔에서 훈련 중이던 우크라이나 군인들을 찾아가 격려한 바 있다.

젤렌스키에 대한 찰스 3세의 환대는 지난달 28일 백악관에서 충돌한 트럼프의 홀대와 대조된다. BBC는 “트럼프가 지난달 27일 워싱턴을 찾은 스타머 총리로부터 국왕의 국빈방문 초청장을 받고 수락했다”며 “하지만 국왕은 트럼프보다 먼저 젤렌스키를 접견했다”고 전했다.

젤렌스키는 미국과의 광물 협정에 서명할 뜻을 밝히며 ‘백악관 파국’ 수습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는 런던에서 유럽 정상들과 회담을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광물 협정에 서명할 준비가 됐다. 미국도 준비가 됐을 것이라고 믿는다”며 트럼프를 향해 “진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날 의향이 있다. 대화를 이어갈 준비도 됐다”고 말했다.

다만 젤렌스키는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 인사들이 요구한 사과에는 선을 그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젤렌스키는 트럼프식 휴전안에 대해 “모두에게 실패가 될 것”이라고 거부하면서 “전쟁을 완전히 끝내지 못하고 안전 보장도 없다면 누구도 휴전을 통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트럼프와의 설전이 생중계된 데 대해서도 “그런 논의가 완전히 공개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