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옥스퍼드 사전은 ‘뇌썩음(brain rot)’을 지난해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다. ‘숏츠’나 ‘릴스’ 등 짧은 영상을 무심코 넘겨보는 습관을 경고하는 메시지다. 한국에서도 유튜브 이용자 5명 중 3명은 하루 2시간 이상 유튜브를 시청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숏폼이 소비자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은 가운데, 유통업계는 전략적으로 숏폼 마케팅에 뛰어들고 있다.
2일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기준 유튜브의 일일 활성 이용자수(DAU)는 2998만8308명, 1인당 평균 이용시간은 139.37분으로 집계됐다. ‘릴스’의 인스타그램은 1인당 하루 평균 50분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짧은 영상에 대한 한국인의 열광적인 반응을 보면 유통업계가 숏폼을 활용한 마케팅에 사활을 거는 게 설명된다. 생존 기로에 놓인 11번가는 지난 1월 숏폼 서비스 ‘플레이’를 오픈 플랫폼으로 개편, 누구나 영상을 게재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입점 셀러들이 숏폼 형식으로 자신의 상품을 선보일 수 있다. W컨셉은 다가오는 봄에 어울리는 스타일링 추천 행사를 숏폼으로 기획했다.
중고거래 시장도 숏폼을 적극 접목하고 있다. 번개장터는 지난해 12월 자동 숏폼 생성 기능을 공식 오픈했다. 판매자의 상품을 숏폼 영상으로 자동 제작해주는 기능이다. 당근 숏폼 서비스 ‘당근 스토리’는 오픈 약 1년 만에 하루 평균 업로드 수는 60배, 시청 수는 24배 증가했다. 상반기 중에 당근 스토리 검색 기능을 전국 단위로 확장하고 댓글 기능 추가 작업도 마무리할 방침이다.
홈쇼핑업계는 숏폼을 강화한 지 오래다. 현대홈쇼핑은 업계 최초로 숏폼을 자동 제작하는 인공지능(AI) 시스템을 도입, 지난해 800여개의 숏폼 콘텐츠를 제작했다. CJ온스타일은 모바일 라이브 커머스(MLC)를 강화해 지난해 MLC 거래액이 132% 급증했고,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하반기 숏폼 서비스 도입 후 6개월 만에 구매 소비자가 2배 증가했다.
숏폼 기업이 유통업계에 역으로 진출하기도 한다. 중국 틱톡의 ‘틱톡샵’은 숏폼 영상에서 노출된 상품을 이용자가 즉시 클릭해 구매할 수 있는 라이브커머스다. 2022년 동남아시아에서 출시된 이후 8개국에서 서비스 중이다. 미국 시장에서도 영향력이 막대하다.
업계 관계자는 “숏폼은 빠른 소비를 선호하는 현대인에게 복잡한 정보를 찾는 부담을 덜어준다”며 “향후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콘텐츠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