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돌린 美, 젤렌스키 교체 압박

입력 2025-03-03 18:58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정상회담 도중 언쟁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파국으로 끝나자 백악관이 우크라이나의 지도자 교체까지 압박하고 나섰다.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일(현지시간) CNN 인터뷰에서 “우리는 우리와 협상할 수 있고 결국 러시아와도 협상해 이 전쟁을 끝낼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이 개인적 동기든 정치적 동기든 간에 전투를 종식하는 것과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음이 명백해진다면 그것은 우리가 직면한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젤렌스키가 사퇴해야 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즉답을 피했지만, 백악관 참모가 대신 나서서 젤렌스키 교체 필요성을 노골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왈츠 보좌관은 우크라이나의 영토 양보도 거론했다. 그는 “이 전쟁은 끝나야 하며 이를 위해 영토 양보가 필요하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안전보장에 대한 러시아의 양보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유럽이 주도하는 안전보장이 필요하다”며 미국이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도 NBC방송 인터뷰에서 “그(젤렌스키)가 정신을 차리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거나, 그 일을 할 다른 누군가가 우크라이나를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젤렌스키를 궁지로 몰수록 우크라이나 국민은 더욱 그를 중심으로 뭉치는 모양새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와 J D 밴스 부통령의 역설은 그들이 젤렌스키를 더욱 쥐어짤수록 더 많은 우크라이나인이 자신들의 대통령 곁으로 결집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여론조사업체 레이팅이 지난달 20~21일 실시한 조사에서 젤렌스키 지지율은 전월 대비 8% 포인트 오른 65%로 집계됐다. 조사 시점은 트럼프가 젤렌스키를 선거도 치르지 않는 독재자라고 비난한 직후였다. 지난주 우크라이나 의회는 전쟁이 계속되는 한 젤렌스키가 집권해야 하며 새로운 선거는 평화가 회복된 후에야 치를 수 있다는 결의안까지 통과시켰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