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도입된 초기 KTX 열차 교체사업이 예산 문제로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교체사업에 최소 5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 비용을 부채만 20조원인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고스란히 부담해야 해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일 코레일에 따르면 2004년 운행을 개시한 KTX-1 46대는 내구연한 30년이 도래하는 2033년이면 수명을 다한다. 올해부터 교체 계획을 수립해야 입찰 및 차량 제작, 시운전 등을 거쳐 9년 안에 새로운 고속열차를 도입할 수 있다. 교체가 필요한 KTX-1의 비중은 전체 고속열차 86편성의 절반이 넘는 54%다.
1편성에 10량인 KTX-산천 등과 달리 1편성 당 20량으로 구성돼 승차정원만 955명에 달한다. 하루에 공급되는 고속열차 전체 좌석 22만1000석의 77%인 17만1000석을 KTX-1이 담당하고 있다.
내구연한이 가까워진 만큼 코레일은 지난 2018년 열차 부품을 분해해 전체를 정밀진단하는 ‘반수명정비’를 마치고 다시 KTX-1열차를 운행하고 있다.
하지만 차량이 노후한 탓에 사고는 눈에 띄게 잦아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5년간 발생한 철도운행 장애 원인의 약 80%는 부품 노후화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의 경우 철도운행 장애 건수 45건 가운데 41건의 원인이 노후된 부품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상황이 이렇지만 코레일은 독자적으로 열차를 교체할 수 있는 여력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도입된 KTX-청룡을 기준으로 보면 차량 교체비용, 공사채와 같은 이자비 등이 추가될 경우 5조원을 훌쩍 뛰어넘는 금액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현재 새로운 철도차량 구입 시 50%, 노후 도시철도차량 교체 시 30%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을 뿐 노후 KTX 교체를 위한 별도의 지원은 하지 않고 있다. 코레일 관계자는 “철도 운임이 14년째 동결되며 적자가 누적됐을 뿐 아니라 20조5000억원에 달하는 부채 때문에 독자적으로 재원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새 철도차량 도입은 국민의 안전 및 이동권과 직결된다. 정부 지원으로 부담이 적어지면 고사양 차량 도입, 고품질의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져 국민들의 실생활을 개선 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정부와 코레일의 재정적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11일 국회에서 열린 KTX-1 대체차량 관련 정책토론회에서 이진우 KAIST 교수는 “고속철도를 건설할 때 정부의 분담이 낮아 건설부채가 높을 수밖에 없다. 고속철도 운영마저 분리되면서 코레일의 재무구조가 악화되고 있다”며 “KTX-1 대체차량 도입 시 부채비율은 약 386.2%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채 비율이 증가하면 철도서비스가 저하되고 철도의 공공성도 훼손될 수 있다”며 “KTX 대체차량 도입으로 인한 부채비율 급증은 철도산업에 치명적이다.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