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에서 시작해 다리로 뻗치듯 아픈 ‘좌골신경통’의 원인이 허리가 아닌 엉덩이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척추 수술 후에도 통증이 지속되는 경우 골반 쪽의 ‘이상근 증후군’을 의심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성모병원 신경외과 손병철 교수팀은 2021년부터 최근까지 이상근 증후군으로 진단돼 좌골신경감압술을 받은 환자 중 증상이 50% 이상 개선된 32명을 선별해 수술 전 좌골신경통 증상을 분석했다. 이상근은 골반 속의 엉덩이뼈에서 대퇴골까지 붙어있는 근육이다. 골반을 안정화하고 고관절(엉덩이 관절)의 외전에도 기능한다. 하지만 힘줄에 변이가 생기면 인근 좌골신경(궁둥신경)을 눌러 통증을 유발한다.
연구 결과 환자의 수술 전 평균 통증 기간은 5.6년이었다. 32명 중 37.5%(12명)는 허리 통증도 같이 경험했다. 좌골신경감압술 전에 53.1%(17명)가 척추 수술을 받았고 그 중 2명은 척수 자극술까지 받았다. 가장 흔한 증상은 앉을 때 통증으로 81.3%(26명)에서 나타났다. 62.5%(18명)는 밤에 누워 있을 때도 통증을 호소해 누우면 통증이 덜한 허리 디스크와 확연히 구별됐다.
손 교수는 3일 “좌골신경통의 상당수는 척추 디스크와 협착증이지만 이상근 증후군도 원인이 될 수 있는 점을 의사와 환자 모두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퇴행성 척추 수술을 받은 후에도 통증이 지속되는 ‘수술 후 실패 증후군(FBSS)’을 경험하는 환자들도 있는데, 그중 일부는 이상근 증후군이 동반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 손 교수는 “허리의 문제로 오진해 척추 수술을 받고도 좋아지지 않고 여기저기 치료하러 다니는 환자들이 늘고 있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자리 앉거나 누워 쉴 때에도 다리가 저리거나 엉덩이가 아픈 증상이 지속될 땐 허리 디스크뿐 아니라 다양한 가능성을 고려해 정밀 진단 후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게 좋다. 이번 연구 결과는 한국말초신경학회 학술지(The Nerve) 최신호에 실렸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