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이론 왜곡하고 오류 나열…보·혁 안가리고 정치적 이용”

입력 2025-03-02 18:56 수정 2025-03-03 01:01

통계학 전문가 등은 부정선거 의혹을 두고 통계이론을 왜곡하고 오류가 있는 사실관계를 나열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불리한 내용의 선거 결과를 부정하려는 세력과 양극단으로 나뉜 정치 상황이 결합하면서 나타난 사회병리적 현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부정선거 의혹은 그간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고 선거에서 패배한 측 주장이 음모론과 결합하면서 확산됐다. 2012년 18대 대선에서는 방송인 김어준씨가 투표지 분류기에서 판독하지 못한 미분류표가 문재인 후보보다 박근혜 후보 쪽에 지나치게 많았다며 이른바 ‘K값’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분류표와 미분류표의 결과는 비슷해야 하는데 미분류표에서 박 후보 쪽 표 비율이 높은 것은 이상하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이는 박 후보가 노년층으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았고, 노년층의 기표 실수가 잦아 미분류표가 많았다는 논리로 반박된 바 있다.

부정선거 주장은 선거 때마다 변형된 형태로 등장했다. 최근 보수 측이 주장하는 ‘대수의 법칙’에 따른 사전투표 조작 의혹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애초 사전투표 선호 집단과 본투표 선호 집단이 다른데 득표율 차이를 근거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 자체가 의미 없다고 지적한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장을 지낸 김영원 숙명여대 통계학과 명예교수는 “김어준의 2017년 대선 미분류표에 대한 부정선거 의혹과 최근 사전투표 부정 의혹 주장은 모두 무작위표집 가정하에서만 성립되는 통계이론을 왜곡한 사례들”이라며 “아직도 허황된 선거부정론을 퍼뜨리는 사람들이 있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즉 미분류표나 사전투표자는 전체에서 랜덤하게 선택된 표본이 아니라 모집단 자체가 다르고, 차이가 나는 게 당연하다는 것이다. 앞서 경찰은 22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사전투표에 조작이 있었다며 제기된 고발 사건에 대해서도 “사전투표는 그 자체가 모집단이라 대수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지난해 8월 불송치 결정했고, 검찰도 무혐의로 판단했다.

통계청장을 지낸 유경준 전 국민의힘 의원은 “부정선거론자들은 A가 해명되면 A’나 B를 얘기하며 밑도 끝도 없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며 “대꾸할 가치도 없는 주장이지만 부정선거론이 사회적 병리 현상이 돼 바꾸기가 힘들어진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유 전 의원은 “선관위가 채용비리 등 신뢰성을 상실할 행동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면서도 “진영 논리를 활용하기 위해 부정선거론을 이용하는 자들은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송태화 성윤수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