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굴기가 자율주행 시장으로 뻗치고 있다. 정부 주도로 전기차 경쟁의 주도권을 움켜쥔 중국이 저가 보급형 차량에도 자율주행 시스템을 기본 탑재하겠다는 등 공세를 펼치고 있다. 중국산 자율주행차가 확산할 경우 민감한 정보가 대거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중국 전기차 브랜드 지커는 다음 달 열리는 ‘2025 상하이 오토쇼’에서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공개한다. 레벨3에선 자동차가 스스로 주행하고 운전자는 비상 상황에만 개입한다. 올해 말 레벨3 자율주행차를 양산하겠다는 게 지커의 목표다. 지커는 지난 1월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CES)에서 별도 구획선 없이 자율 주차가 가능한 기술을 선보이며 ‘자율주행 레벨 2.99’라고 소개했었다.
BYD(비야디)는 최근 자율주행 시스템 ‘신의 눈’(God’s eye)을 공개했다. BYD는 이 시스템을 저가 보급형 차량에도 무료로 탑재할 계획이다. 왕촨푸 BYD 회장은 최근 스마트전략발표회에서 “자율주행 시스템은 더 이상 사치품이 아니라 안전벨트와 에어백 같은 필수 도구”라며 “모든 고객이 스마트 운전에 접근할 수 있는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테슬라 완전자율주행(FSD) 시스템은 4500달러(약 660만원)를 일시불로 결제하거나 월 99달러를 내야 이용할 수 있다. BYD는 자율주행 기술 확보를 위해 앞으로 약 1000억위안(약 2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중국 업체가 자율주행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거대한 내수 시장이 자리한다. 규모의 경제가 뒷받침되면서 가격경쟁력 확보가 용이해진 게 크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의 ‘눈’ 역할을 하는 라이다(LiDAR)의 대량 양산이 중국 업체들에는 가능한 일이다. 자율주행 정확도를 높이는 라이다는 카메라보다 10배가량 비싸다. 테슬라가 카메라만으로 자율주행 차량을 운영하는 이유도 비용에 있다. 그러나 중국 업체들은 라이다를 대량으로 양산하면서 관련 가격을 1000달러(약 140만원) 수준까지 떨어뜨렸다. 정부의 강력한 지원도 뒷받침된다. 중국 정부는 자율주행차 시험을 위해 3만2000㎞(경부고속도로의 약 75배)에 달하는 공공도로를 개방하는 등 자국 업체의 기술 축적을 도왔다.
중국이 자율주행 시장 선점을 본격화하면서 정보유출에 대한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자율주행차는 끊임없이 외부와 정보를 주고받아야 하기 때문에 항상 온라인에 연결돼 있어야 한다. 운전자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주행정보, 개인정보가 외부로 전송되거나 해킹으로 유출될 우려가 크다.
특히 BYD나 지커 등은 자율주행을 위해 최근 정보유출 이슈로 논란이 됐던 중국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업 딥시크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한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1월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중국·러시아산 자율주행부품을 장착한 차량의 수입·판매를 금지하기로 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