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려는 자산운용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업계 1위인 삼성자산운용과 2위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도발적인 광고로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최근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미래에셋운용이 선보인 영상 광고를 곧바로 겨냥한 삼성운용의 공격적 광고가 화제다. 미래에셋운용이 지난달 19일 공개한 영상 광고를 보면 ‘TIGER ETF’가 적힌 주황색 열기구 비행선이 미국 자유의 여신상을 서울 광화문 앞에 운반해 내려놓는다. 광고는 타이거 ETF가 업계 최저 실비용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자 삼성운용은 약 일주일 뒤 미래에셋운용 광고에 나온 주황색 열기구가 부력을 잃고 화면 밖으로 날아가 버리는 영상 광고를 내놨다. 광화문에 있던 자유의 여신상은 미국으로 돌아간다. 이 영상은 ‘중요한 것은 수익률’이라며 최저 비용을 강조하는 미래에셋운용을 겨냥한듯한 메시지도 내놨다. 일부 투자자는 코카콜라와 펩시의 ‘광고 전쟁’이 생각난다고 평가했다. 미래에셋운용은 지난해 6월 이준용 대표가 기자간담회에서 “라디오 광고를 하거나 껌 팔듯이 장사하지 않겠다”며 삼성운용을 저격했다.
자산운용사들은 미국 주요 지수를 추종하는 ETF의 총보수를 무보수 수준으로 내리는 경쟁을 하고 있다. 당장 돈이 벌리지 않아도 점유율을 확보하려는 운용사 간 자존심 싸움이다. 미래에셋운용을 시작으로 삼성자산운용, 업계 4위인 KB자산운용이 잇따라 미국 S&P500과 나스닥100 ETF 보수를 업계 최저로 내렸다. 여기에 지난달 말 업계 7위인 한화자산운용도 S&P500 ETF 보수를 0.04%에서 0.0062%로 내리면서 인하 경쟁에 뛰어들었다. 0.0062%는 삼성운용, KB운용과 같은 수준이다. 상품 차별화가 어렵다 보니 출혈 경쟁이 격화하는 모습이다.
미투(Me Too) 상품도 잇따르고 있다. 최근 키움자산운용의 ‘KIWOOM(키움) 미국양자컴퓨팅’ ETF가 인기를 끌자 KB운용과 신한, 한화, 삼성액티브가 유사한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이처럼 중소형사가 아이디어로 내놓은 상품을 대형사가 그대로 출시하는 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작지 않다. 독창적인 상품을 출시해야 할 대형사가 오히려 시장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