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대출 조이기 동시에?… 은행 고민

입력 2025-03-02 18:58 수정 2025-03-03 01:05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주요 은행들이 금융 당국의 압박에 줄지어 대출 금리를 낮추고 있다. 신한은행은 이번 주 가계대출 상품의 가산금리를 약 0.2% 포인트 낮출 예정이다. 사진은 이날 한 시민이 서울 시내 현금인출기(ATM)를 이용하는 모습. 연합뉴스

금융 당국이 가계대출 관리와 대출금리 인하를 동시에 요구하면서 은행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금리를 낮추되 대출 증가도 관리하라’는 모순적 주문에 은행들은 ‘적정선 찾기’가 힘들다고 토로한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이번 주 가계대출 상품의 가산금리를 낮출 예정이다. 인하 폭은 0.2% 포인트 정도로 검토되고 있다. KB국민은행도 3일 은행채 5년물 금리를 지표로 삼는 가계대출 상품의 금리를 0.08% 포인트 낮춘다. 우리은행은 지난 28일부터 주요 대출의 가산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했다.

은행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금융 당국의 압박 때문이다. 당국은 그간 은행권에 대출금리에 시장금리 인하분을 최대한 빨리 반영할 것을 요구해왔다.

문제는 금융 당국이 이와 동시에 대출 증가 관리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리가 떨어지면 대출 수요가 늘어나는 게 당연하다. 당국은 금리 인하와 별개로 대출 심사 강화 등으로 충분히 총량 관리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학계나 현장에선 금리를 통한 가계대출 관리가 시장 원리에 부합하고 효과적이란 분석이 많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가계대출이 지난해 봄·여름 때처럼 증가하면 (금융 당국이) 또 다른 메시지를 던질 가능성이 높다”며 “일단은 하라는 대로 하는데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적정선이 어디인지 찾기가 힘들다”고 토로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