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일부터 시작되는 3월 임시국회도 곳곳에 형성된 여야 간 대치 전선 탓에 서로 목청만 높이다가 끝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이달 중 선고가 예상되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및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공직선거법 항소심과 맞물려 여의도 정국은 더욱 ‘시계제로’ 상태에 놓일 것으로 전망된다.
2월 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하고 3월 국회로 넘긴 여야 간 쟁점 사안은 명태균 특검법, 반도체특별법, 상법 개정안, 연금개혁, 추경(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등 수두룩하다. 하지만 당장 현안을 조율할 여·야·정 국정협의회부터 급브레이크가 걸린 상황이다.
지난달 28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와 우원식 국회의장, 여야 원내대표가 참여하는 4자 국정협의회가 열릴 예정이었지만 이 대표 측이 막판에 불참을 통보하면서 무산된 것이다. 민주당은 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도 불구하고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민주당은 마 후보자 임명 문제를 비롯해 각종 특검법안이 번번이 최 권한대행 앞에서 막히는 상황을 심각하게 보는 분위기다. 최 권한대행은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내란 상설특검 임명을 기약 없이 미루고 있고,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서도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사용했다. 지난달 27일 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한 명태균 특검법 역시 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꺼낼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관계자는 2일 “국회라는 헌법기관을 무력화하고 인정하지 않는 것은 명백한 독재 행위”라며 최 권한대행을 향해 날을 세웠다.
최 권한대행은 4일 국무회의에서 마 후보자 임명에 대한 국무위원 의견을 수렴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 권한대행이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는다면 국정협의회가 계속 공전할 수 있다. 반도체특별법과 연금개혁, 추경 등 국정협의회 차원에서 다루려던 쟁점 현안 논의도 모두 중단될 위기에 놓인 것이다.
여야는 쟁점 현안에 대해 조속한 해결이 필요하다는 원칙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각론에서는 이견이 큰 상황이다. 반도체특별법의 경우 ‘주52시간 예외조항’을 두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제안한 3년 한시 적용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연금개혁 논의도 난항을 겪고 있다. 여야 원내대표는 지난달 26일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구성에 원칙적으로 합의했지만 ‘자동조정장치’ 도입과 소득대체율 등에서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추경 역시 예산 사용처를 두고 간극이 크다. 국민의힘은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을 대상으로 1인당 25만~50만원을 선불카드로 지원하는 방안이 담긴 추경안을 밝혔다. 반면 민주당은 전 국민 25만원 소비쿠폰 지급을 고수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각각 서로를 향해 “포퓰리즘 정책” “보여주기식 땜질 처방” 등으로 공격하고 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