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의 수출 호조를 견인했던 반도체 수출이 16개월 만에 뒷걸음질쳤다. 전체 수출액 역시 올해 들어 둔화 조짐을 나타냈다. 거세지는 중국의 추격과 트럼프 행정부의 임박한 관세 확대를 감안하면 향후 수출 전망도 밝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의 ‘2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은 1년 전보다 3.0% 감소한 96억 달러로 집계됐다. 반도체 수출이 감소세로 전환한 것은 2023년 10월(-3.1%) 이후 16개월 만이다. 지난해 5월(114억 달러)부터 8개월간 이어온 ‘월 100억 달러 수출’ 기록도 깨졌다. 국산 반도체가 이보다 적은 월간 수출액을 기록한 달은 지난해 1월(94억 달러)이 마지막이다.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매달 30% 이상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면서 역대 최대 수출액 경신을 이끌었다. 전체 수출액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도 20.8%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반도체 호황’은 급격히 사그라지고 있다.
산업부는 “범용 메모리 반도체인 DDR4, NAND 등의 고정 가격이 크게 하락한 여파”라고 설명했다. 하강 국면으로 접어든 반도체 사이클의 영향을 받았다는 뜻이다. 실제 DDR4 8GB와 NAND 128GB의 지난달 고정가격은 1년 전보다 각각 25.0%, 53.1% 떨어졌다.
문제는 이 같은 부진이 일시적 사이클로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최근의 범용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에 중국 업체들의 저가 물량 공세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과거에는 반도체 가격 상승 사이클이 더 길고 높게 이어졌는데, 이번에는 비교적 짧고 약했다”면서 “중국의 추격도 일부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규모 관세 확대를 동반한 미·중 무역 전쟁도 악재로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중국에 관세 10%를 부과한 데 이어 오는 4일에도 추가로 10%의 대중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는 미국 내 정보통신(IT)·가전제품 소비를 위축시켜 한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을 저해할 수 있는 요소다. 반도체·자동차 등에 대한 별도의 품목별 관세도 예고된 상태다.
한편 지난달 전체 수출액은 526억 달러로 1년 전보다 1.0% 증가했다. 전체 수출액은 2023년 10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15개월 연속 플러스 행진을 이어갔다가 지난 1월 감소세로 전환했는데, 다시 1개월 만에 증가세를 회복한 것이다. 지난달 수입은 483억 달러로 0.2% 증가했다. 무역수지로는 43억 달러 흑자다.
다만 수출 전반에서도 ‘적신호’는 관찰되고 있다. 지난달 일평균 수출은 23억9000만 달러로 1년 전의 25억4000만 달러에 비해 5.9% 감소했다. 설 연휴 영향을 빼면 누적 수출액 역시 감소세다. 올해 1~2월 누적 수출액은 1017억3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 줄었다.
세종=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