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우먼 이수지가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 ‘핫이슈지’에 올린 ‘휴먼다큐 자식이 좋다’(자식이 좋다)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소위 ‘대치맘’으로 불리는, 교육열이 높은 강남 대치동 엄마들을 현실감 있게 그려내며 지나친 교육열을 꼬집었다는 평가와 실체 없는 ‘대치맘’이라는 이미지를 강화하고 조롱했다는 비판이 맞부딪힌다.
‘자식이 좋다’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을 배경으로 아이의 교육을 위해 차 안에서 모든 걸 해결하며 ‘학원 라이딩’을 하는 엄마의 일상을 담은 페이크 다큐 콘텐츠다. 차 안에서 대충 김밥으로 끼니를 때우고, 비싼 몽클레르 패딩에 샤넬 가방을 든 가상의 인물 이소담을 보며 대중들은 ‘내 주변에서 한 번쯤 본 것 같다’며 재밌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이소담으로 상징화된 대치동 엄마들을 비난하고, 자신의 라이딩 일상을 유튜브에 공개했던 배우 한가인을 공격하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왜 열심히 자기 삶을 사는 엄마들을 희화화하느냐’며 불편하다는 반응도 많아졌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2일 “대중은 대치동 엄마들이 경제력, 인맥 등을 이용해 교육정보를 독점하고, 그게 그대로 자녀에게 영향을 미치는 현실에 반감을 느낀다. 이수지는 그 점을 비판하는 시선으로 패러디하며 정확히 대중의 마음을 저격했다”고 짚었다. 다만 사교육이란 주제가 양가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어서 이수지의 풍자를 불편하게 바라보는 시선도 존재하는 것이라 해석했다.
하지만 ‘대치맘’ 패러디 자체가 철학 없는 흉내 내기에 그쳤다는 지적도 있다. 4세 아이를 수학학원에 보내고, ‘배변 훈련 과외’ ‘제기차기 과외’ 같이 불필요해 보이는 것들까지 모두 사교육으로 해결하려는 엄마의 태도를 정확히 비판하지 못하다보니 이소담이 걸친 옷과 가방 등 외관에 시선이 쏠리고 비난이 집중됐다는 것이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실제 대치동 엄마들이 어떤 모습인지 알 수 없음에도 그렇게 규정하며 낙인찍고 대중의 시기심과 혐오감을 유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풍자엔 기준이 필요하다. 사회적 영향력이 큼에도 비판받지 않는 인물들이 대상이 돼야 한다”며 “엄마들이 고군분투하지 않으면 내 아이가 뒤처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 들게 만드는 과열된 사교육 시장 등 한국 사회의 사교육 세태를 짚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결국 개그의 소재로 자주 사용되는 ‘패러디를 통한 풍자’가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과거 개그우먼 박세미가 ‘부캐’로 내세웠던 신도시 엄마 ‘서준맘’은 ‘대치맘’과 마찬가지로 엄마를 대상으로 했지만, 대중의 반응이 지금처럼 첨예하게 대립하진 않았다. 콘텐츠 초기엔 여성 혐오 논란이 있었지만, 점차 육아의 애환 혹은 감동의 순간들을 보여주며 공감을 끌어내고 사랑받았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거나 민폐인 행동은 풍자하되, 인간적 면모도 함께 보여줘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로 만든 것이다. 비슷한 예로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이 공개했던 시리즈 ‘한사랑산악회’ 속 캐릭터들이 있다.
김 평론가는 “흉내만 낸다고 풍자가 아니다. 과거 SNL이 한강 작가와 그룹 뉴진스의 하니 등을 패러디했다 뭇매를 맞았던 것과 마찬가지”라며 “결국 철학의 문제다. 아이에게도 부정적 영향을 주는 ‘7세 고시’나 주변 사람들에게 민폐를 주는 행동을 풍자했다면 반응이 달랐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