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중독자 품는 한국교회… 치유공동체·단약 모임 지원

입력 2025-03-03 03:00
김평래(넥타이 맨 이) 방주교회 목사가 2일 제주 서귀포시 교회에서 마약 중독자를 위한 예배를 드리고 있다. 순오름치유센터 제공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순오름치유센터는 기독교 가치관을 바탕으로 마약 등 각종 약물에 중독된 청년들의 회복을 돕는 곳이다. 약을 끊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입소자들에게 지난해 10월 새로운 친구가 생겼다. 제주 방주교회를 섬기는 김평래 목사다. 김 목사는 치유센터를 찾아가 청년들과 밥을 먹고 성경 공부를 하며 교제를 나누기 시작했다.

살갑게 다가가는 김 목사에게 청년들이 조금씩 마음을 열었다. 그는 청년들을 교회에도 초청해 예배를 드리고 고기도 구워 먹으며 이야기를 들어줬다. 방주교회는 세계적 건축가 이타미 준이 예배당을 설계한 곳이다. 김 목사는 2일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만나고 있는 아이들 모두 중독을 극복하고 새 삶을 살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며 “그들이 이제는 교회를 편하게 드나드는 것을 넘어 성도들을 섬기는 일에 나서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청년 중 일부는 음악의 은사를 살려 예배 때 반주를 하기도 하고 또 주차 안내를 하는 등 사회에도 적응해 나갔다. 김 목사는 “마약 중독자들의 성향이 주로 은둔형인데 성도들과 인사하고 봉사하는 등 변화를 보이고 있다”면서 “예수님이 수가성 여인과 세리와 한센병자도 불쌍히 여기신 것처럼 교회가 이들을 긍휼히 여기고 속사람이 바뀌도록 도와주는 곳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류 사범은 2만3022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2023년 2만명을 처음 넘긴 이후 2만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더 이상 한국도 마약 청정국이 아닌 만큼 한국교회도 이들을 품고 변화시키는 일에 나서고 있다.

부산 연제구 대양교회(김성권 목사)는 2022년부터 NA(익명의 마약중독자 모임)를 위한 장소를 제공했다. 매주 한 차례 적게는 3명, 많게는 15명의 중독자가 모여 서로 격려하고 단약을 도왔다. 치유받은 이들은 교회 소그룹 모임에도 참여하면서 신앙을 키워갔다.

중독자들이 끈질긴 유혹에 다시 넘어가기도 하고 작은 분란도 생기면서 현재 NA는 중단됐지만 그중 2명은 교회 양육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거듭난 삶을 살게 됐다. NA를 이끌었던 양선영 기독교마약중독연구소장은 “성도들이 중독자에 대해 따뜻한 시선을 갖고 도와주면서 회복의 열매가 있었다”며 “지금은 성도들이 교도소와 병원으로 중독자들을 찾아다니며 교제하면서 재발 방지를 위해 애쓰고 있다”고 전했다.

기독교마약중독연구소가 주최한 중보기도회 참석자들이 지난해 부산 해운대구 수영로교회에서 함께 기도하는 모습. 기독교마약중독연구소 제공

기도로 중독자를 격려하는 교회도 있다. 부산 해운대구 수영로교회(이규현 목사)는 기독교마약중독연구소(이사장 이선민)와 손잡고 중독자를 위한 중보기도회를 열고 있다. 올해 2기를 맞은 기도회는 다음 달부터 매달 한 차례 진행된다. 조성남 서울시마약관리센터장, 천종호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 가수 범키와 개그우먼 조혜련씨 등이 나서 마약의 폐해와 극복 방법에 대해 조언할 예정이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샘물교회(채경락 목사)는 교회를 다니는 회복자가 치유생활공동체를 마련하는 데 재정적 도움을 주기로 했다. 공동체를 준비하고 있는 이동욱씨는 “중독자들이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지 않으면 단약은 할 수 있을지언정 회복은 되지 않는다”고 말하고 “예수님을 믿지 않고 마약을 끊은 사람은 알코올이나 도박 등 다른 중독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며 교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오랜 시간 마약에 빠져 있다가 회복한 그는 교회의 인식 개선을 가장 먼저 당부했다. 이씨는 “간증이나 특강을 다니면 알게 모르게 차별받는 듯한 느낌이 있다”면서 “중독자들이 전인격적으로 변할 수 있는 방법은 예수님의 은혜뿐이기에 한국교회가 더 넓은 마음을 갖고 마약 퇴치와 회복 사역에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