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들이 유튜브를 활용한 기업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과거에는 공식 홈페이지나 채용 설명회가 홍보의 주요 창구였다면, 최근에는 영상 콘텐츠가 중요한 홍보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취업 정보를 얻는 방식이 변화하면서 기업들도 이에 맞춰 소통 방식을 다변화하는 모습이다.
HD현대중공업의 공식 유튜브에는 5년 차 상무인 홍석환 HD현대중공업 해양에너지사업본부 상무의 일상이 올라와 있다. 홍 상무는 ‘임원도 브이로그는 처음이라’는 콘텐츠에서 오전 6시 영어 뉴스를 들으며 출근하고, 주간 회의를 진행하는 등 바쁜 하루를 보낸다. 영상에서 싱가포르 출장에 나선 홍 상무는 캐리어에서 요가 매트까지 꺼내며 철저한 자기 관리 모습을 보여준다.
영상은 단순히 임원의 일상만을 공개하진 않는다. 이 영상에서 홍 상무는 HD현대중공업이 조선사업부와 해양에너지사업본부로 나뉜 이유를 설명하며 “조선과 분리된 건 두 사업부 물성이 다르다는 뜻”이라며 “‘에너지’가 추가된 건 그동안 해오던 오일·가스산업에 더해 소형모듈 원자로(SMR)·해상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도 주력 포트폴리오에 담겠다는 선언”이라고 강조한다. 단순한 직장인 브이로그가 아니라 기업의 방향성을 알리는 소통 수단인 셈이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2일 “다소 낯설게 다가올 수 있는 중공업 회사의 업무를 누구나 알기 쉽고 친근하게 느껴지도록 하는 취지에서 제작한 영상”이라며 “앞으로도 조선소의 특성과 다양한 직무를 재미있는 형식과 아이템으로 소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의 공식 유튜브 ‘삼성전자 반도체 뉴스룸’은 ‘더(the) 블루 아워’라는 콘텐츠를 통해 반도체 엔지니어, 화이트 해커 등 다양한 직군의 일상을 소개한다. 영상에는 10년 전 자신과 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는 후배들을 도와주기 위해 직접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어 4년째 운영 중인 20년 경력의 반도체 파트장, 후배가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는 선배’라고 극찬하는 11년 차 제조 담당자 등이 나온다. 실제 직원들의 업무 환경과 사내 분위기를 보여주면서 DS부문을 자연스럽게 홍보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SK그룹은 채용 정보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SK Careers’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다. 이 채널에서는 계열사별 채용 공고뿐만 아니라 인사 담당자가 직접 채용 전형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신입사원이 등장하는 영상들이 올라온다. 두 달 전 게재된 ‘SK그룹 첫 전형부터 합격시켜주는 대외활동’이라는 영상은 현재 1만6000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앞으로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본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젊은 세대는 전통적인 미디어를 통한 기업 홍보를 ‘올드하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며 “반면 기업 구성원이 직접 출연해 이야기를 전하는 방식은 젊은 층에 더욱 진정성 있게 다가갈 수 있다”고 말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