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사니] 김혜성의 선택

입력 2025-03-03 00:39

박찬호 류현진 오타니 있어
LA 다저스 가기로 했다지만
경험 말고 실력으로 증명해야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요즘 한국 야구계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선택이 하나 있다. 모든 야구 선수의 꿈의 무대인 미국 메이저리그(MLB) 진출에 성공한 김혜성의 선택이다.

김혜성은 지난 1월 명문 구단 LA 다저스와 3+2년 최대 2200만 달러에 계약했다. 약 322억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3년 동안 183억원을 받고, 이후 2년 연장 계약을 하면 139억원을 추가로 받는다.

김혜성이 직접 밝힌 다저스 선택 이유는 이렇다. 그는 원래 뛰었던 한국야구위원회(KBO)리그 구단 키움 히어로즈 유튜브를 통해 “가장 큰 이유는 다저스잖나. 박찬호(은퇴) 선배부터 류현진(한화 이글스) 선배까지 다저스에서 야구 경기를 하는 걸 자주 봤기 때문에 잘 알고 있는 팀이기도 했고 지난해 우승팀이기도 해서 마음이 더 갔다”고 말했다. 이어 “포스팅을 신청하기 전 미국으로 건너가 CAA(에이전시)가 마련한 훈련장을 썼는데 그곳에 오타니 쇼헤이(일본)가 있었다. 인사할 기회가 있어서 오타니에게 ‘이틀 뒤에 포스팅을 신청한다’고 말했고, 오타니가 ‘응원한다’고 말해줬다”고 했다.

요약하면 김혜성은 한국인 선배들이 뛰어 자신에게도, 국내 팬들에게도 익숙한 팀인 다저스를 골랐다. 또 세계 최고의 야구 선수로 불리는 오타니와 동료가 될 기회인 점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그의 선택 뒤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과연 초호화 군단 다저스에서 김혜성이 살아남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김혜성이 시범경기에서 부진하며 “팀 선택을 잘못했다”는 얘기에 힘이 실렸다. 그는 2일까지 시범경기 7경기에 나서서 16타수 2안타(타율 0.125)에 그쳤다. 볼넷은 3개 얻었으나 삼진은 7개를 당했고 수비 실책도 2개 범했다. 빅리그 투수들의 빠른 공에 방망이를 헛돌리는 모습을 자주 드러냈다. 한국에서 주로 뛰었던 2루수뿐 아니라 유격수, 중견수까지 병행하면서 수비가 불안해졌다.

특히 김혜성에게 다저스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팀 선택에 대한 의문이 커졌다. 이는 김혜성의 입을 통해서도 확인됐다. 그에 따르면 LA 에인절스가 2+2년 최대 410억원을 제안했다. 다저스보다 88억원이나 많은 금액이다. 그리고 에인절스는 마이너리그 거부권도 주겠다고 했다. 마이너리그 거부권이란 MLB 출전 선수 명단(26인 로스터) 안에 들지 못해 구단이 2군에 해당하는 마이너리그로 보내려 할 때 선수가 이를 따르지 않을 권리를 말한다. 다저스 계약엔 이 거부권이 없다.

MLB는 경험하는 곳이 아니고 증명하는 자리다. 최고의 팀 일원이 됐다는 기쁨은 잠시일 뿐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벤치에만 있거나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김혜성은 지금 야구 인생의 갈림길에 서 있다.

김혜성은 다저스 입단 후 도전과 성장이라는 얘길 자주 꺼냈다. 그러나 지난해 월드시리즈 챔피언 다저스가 원하는 건 지속 가능한 우승이다. 비시즌 기간 다저스는 폭풍 영입을 단행했다. 사이영상 수상자 블레이크 스넬을 데려왔고, 막강 불펜 자유계약선수(FA) 커비 예이츠와 계약했다. 일본인 광속구 투수 사사키 로키를 포스팅 시스템으로 영입했다. 2년 연속 우승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다. 이런 구단이 김혜성의 성장을 오랫동안 기다려줄 리 만무하다. 당장 실력을 보여야 하고, 우승하려면 꼭 필요한 선수라는 걸 입증해야 한다.

이런 조급함도 김혜성의 선택이 만든 결과물이다. 김혜성이 마지막까지 다저스와 고민했다고 하는 에인절스는 최고의 팀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약팀이고 한국에서의 인지도도 떨어진다. 그러나 김혜성이 주전으로 뛰기엔 적합한 곳이었을 수 있다. 다저스보다 편안하게 제 실력을 보였을 수 있다. 이미 지나간 일이니 가정은 무의미하다. 어떻게든 다저스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 야구팬들은 김혜성이 MLB에서 활약하길 응원하고 있다. 2일 쏴올린 시범경기 첫 홈런이 부디 반전의 신호탄이길 바란다.

김민영 문화체육부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