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나를 마중 나오신 날은 그날이 처음이었다. 해는 지고 비까지 내려 깜깜한데 그날따라 아들의 귀가가 늦어지니 그 무뚝뚝한 아버지가 호롱불을 들고나오신 거였다. 그토록 무섭던 아버지가 이렇게 반가울 줄이야. 아버지가 나를 데리러 오셨다는 걸 안 순간 ‘이제 살았다’ 싶어 심장이 쿵쾅거렸다. 나도 소리쳐 아버지를 부르면서 아버지께 달려갔다. “아버지! 아버지! 종만이 여기 있어요!” 아버지가 흔드는 호롱불만 바라보며 뛰었다. 이날 밤을 일평생 잊지 못한다.
성경에도 집 나간 아들을 기다린 아버지 이야기가 있다. 흔히들 알고 있는 탕자 비유이다. 아버지의 재산을 미리 받은 둘째 아들은 아버지를 떠나 방탕하게 살다가 거지 신세가 되고 집으로 돌아간다. 그런데 아버지는 이런 아들을 멀리서부터 알아보고 달려와 안아준다.
이 비유가 그날의 내 경험과 완전히 들어맞지는 않는다. 나는 평범한 학생이었지 탕자는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아버지가 날 기다려 주시길 바란 심정만큼은 같을 것이다. 말씀을 통해 아버지 마음을 차차 이해하게 됐다. 겉으로는 무뚝뚝하셨어도 속으로는 늘 내 생각을 하셨다는 것을.
당시 나는 미션스쿨을 다니면서 교회에 나가고 있었다. 믿음이 좋아서 교회에 잘 나갔던 건 아니었다. 처음엔 하나님을 내 영혼의 아버지로 깊이 알지 못했다. 교회에 가서 출석 도장을 받아 와야 성경 과목 점수를 잘 받을 수 있어 교회에 갔다.
하지만 신앙이 깊어지면서 하나님께선 내 인생 모든 어둡고 비 내리는 고갯길마다 나를 기다리며 내 곁에 계셨다는 걸 알게 됐다. 비 오던 날 밤에 호롱불을 들고 기다리셨던 참샘마을의 아버지처럼, 하나님께선 내가 힘들 때마다 항상 빛으로 나타나셨다.
사업을 하면서 기쁜 날도 많지만 힘들고 괴로운 날도 참 많다. 근심과 걱정이 밀려와 잠이 오지 않는 밤이면, 한밤중에라도 침대에서 내려와 바닥에 무릎을 꿇는다. 그럴 때마다 자전거 등이 꺼져 앞길이 막막했던 그 날을 떠올린다. 나를 기다려 주신 아버지의 등불과 그 음성. 육신의 아버지는 지금 이 세상에 계시지 않지만, 나의 영적 아버지 하나님은 그때나 지금이나 내 어두운 인생의 모든 현실에서 빛이 되신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의 현실도 힘들고 어두울지 모르겠다. 하지만 염려하지 마시라. 하나님이 등불을 들고 당신을 기다리고 계신다. 울고 있는 당신 곁에서 그분은 등을 토닥이며 지켜 주신다. 현실의 두려움은 칠흑 같은 밤길과 같다. 하지만 하나님이 불을 밝히고 지켜 주실 거란 믿음이 모든 염려를 이긴다.
우리의 아빠 아버지이신 하나님은 우리가 그분을 찾지 않을 때조차 우리 곁에 계신다. 하나님 아버지는 실제로 내 인생의 어려운 모든 순간과 고비마다 그러셨다. 비 오던 날 밤에 호롱불을 들고 기다리셨던 참샘마을의 아버지처럼, 내가 힘들 때마다 항상 빛으로 나타나셨다. 그리고 이제는 그와 같은 아버지의 마음으로 나를 살아가게 하신다.
정리=이현성 기자 sa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