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경찰권은 국가 공권력의 상징이다

입력 2025-03-04 00:32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경찰이 조지 플로이드를 살해해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는 시위가 시작됐다. 이는 급기야 ‘경찰 예산을 없애라(Defund the police)’ ‘경찰을 폐지하라(Abolish the police)’는 시민의 빗발치는 요구로 이어졌다. 이렇듯 지나칠 정도로 강력하게 경찰권을 사용하는 나라가 있지만 우리나라는 정반대다. 심야에 지구대 안에서 경찰관 얼굴에 침을 뱉고, 폭력을 가하고, 시위대가 경찰관에게 쇠파이프를 휘둘러도 별일 없었던 나라인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나라에 더 살고 싶을까. 물론 합리적, 이성적인 대답은 둘 다 아니어야 한다. 두 극단의 중간 어디쯤이어야 할 것이다.

경찰의 무력 사용에 대한 논란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있었고, 불행히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유는 총기를 포함해 사용된 무력의 정도와 절차적 정당성 등이 주관적이기 때문이다. 경찰관들이 직면하는 상황은 객관화, 표준화가 불가능할 정도로 다양해 매뉴얼화하기 어렵다. 모든 경찰권 행사는 현장 경찰관의 재량적 판단과 결정에 달린 것이다.

총기 사용 여부 같은 긴급한 상황에서 경찰관의 판단과 결정을 그래서 ‘찰나의 결정(Split-second decision)’이라고 한다. 매우 짧은 순간에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장 경찰관의 순간적인 결정이 생사를 좌우할 수 있다면 그만큼 신중해야 한다. 하지만 지나치게 신중함은 또 다른 경찰의 사명인 긴급함을 해치게 되고, 이는 시민과 경찰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문제가 생긴다. 그러한 순간의 판단에 근거해야 하는 것이 정당방위, 긴급피난이라고 한다. 바로 시민과 경찰관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 그리고 공공의 안전과 이익의 보호를 위한 정당방위요 긴급피난인 것이다.

논란은 정당방위의 개념과 범위조차 논란의 여지가 많기 때문에 발생한다. 미국처럼 경찰의 정당방위가 폭넓게 인정된다면 최근 광주에서 발생한 총기 사망 사건에는 정당방위 논란 자체가 있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경찰의 총기 사용에 예민하고 엄격한 우리나라는 다르다. 형법 제정 이후 정당방위가 인정된 경우는 단 14건에 불과할 정도로 엄격한 나라에서 경찰관에 의한 총격 사망은 더욱 정당방위 인정이 까다로울 것이다. 그러니 경찰의 총기 사용을 사건이라고 부르기까지 하는 것이다.

정당방위 인정이 지나치게 엄격하니 경찰관은 누구라도 총기 사용을 주저하기 마련이다. 오죽하면 일선 경찰관은 “차라리 내가 다치는 것이 낫다”고 할 정도다. 총기 사용 이후 조사나 수사를 받고, 형사처벌이나 손해배상이라는 민사적 처벌까지 받을 개연성이 높다면 누가 쉽게 총기를 사용하겠는가.

경찰의 지나친 무력 사용, 즉 남용의 우려는 그리 크지 않은 게 현실이다. 오히려 문제는 경찰관들이 경찰권 집행에 지나치게 신중하거나 위축돼 공공의 이익과 안전이 침해되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범죄로 경찰관이나 무고한 제3의 시민이 위해를 당한다면 오히려 경찰의 사명을 다하지 않는 것이다.

총기 사용을 포함한 경찰권은 국가 공권력의 상징이다. 경찰권은 절차적이고 결과적인 정당성이 담보돼야겠지만 강력하게 집행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법치국가의 시작이다.

이를 위해서는 몇 가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찰나의 결정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경찰관 개개인의 전문성 향상이 전제돼야 한다. 경찰권 남용에 대해서는 상응한 책임이 필요하지만 정당한 경찰권의 행사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의 문제라는 문화가 필요하다. 물론 경찰의 총기 사용은 마지막 수단으로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경찰의 무력 사용을 포함한 공권력의 강화, 적어도 정상화를 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