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봄날이 지척인 3월이다. 햇빛이 강해져 재생에너지 가운데 비중이 높은 태양광 발전이 무탄소 청정 전기를 많이 생산하고 있다. 환경과 지구를 위해 반길 만한 일이다. 우리는 주말에 쉬지만 태양은 구름만 없다면 평일과 같이 전기를 생산한다. 그런데 전기는 한순간이라도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지 않으면 전력망이 견디지 못한다. 따라서 주말에 휴식을 취하는 사람과 열심히 일하는 태양광 발전의 미스매치는 전력 수급의 불안정을 가져온다.
하루 중에서도 전력 수요는 산업생산이 시작되는 오전 9시부터 급격하게 올라간다. 오전 11시~오후 2시는 태양광 발전 공급이 많다. 하지만 오후 늦게부터 전기가 많이 필요한 시간에 태양은 지구 반대편으로 가 버린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원자력, 석탄 같은 화석연료로부터 전기를 공급받을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공급이 수요를 넘으면 자칫 우리나라 전체 전력망에 고장을 초래할 수 있다. 최근 칠레에서 국토의 90%에 달하는 대규모 정전이 발생해 국가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정확한 원인은 조사 중이지만 전력망에서 발생한 고장이 전력설비 과부하와 발전기 정지라는 연쇄 반응을 일으켜 광역 정전으로 이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순간적인 수요와 공급 불일치로 인한 전력망 고장은 대규모 정전을 일으킬 수 있는 치명적인 오류다. 따라서 전력망 설비 고장 최소화를 위한 체계적 관리와 빈틈없는 운영이 필요하다. 하지만 태양광 발전은 날씨 영향을 크게 받는다. 이런 예기치 못한 수급 불일치로 전력망이 고장나도 대규모 발전기 정지로 파급되지 않도록 하는 기술이 ‘일시 불안정 완화(FRT·Fault Ride Through)’ 성능이다. 근래 재생에너지 확산을 위해 FRT 성능이 없는 설비가 다수 보급됐으나 예측 불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모든 태양광 발전에 대한 의무화 및 기설치된 발전기의 개선이 필요하다. 해외 각국은 인버터의 FRT 성능 개선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주별로 인버터 FRT 성능 개선 정책을 추진 중이다. 캘리포니아는 에너지위원회(CEC)의 룰(rule) 21을 통해 신규 인버터뿐 아니라 기존 설비 성능 개선도 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EN 50549’ 표준을 통해 분산 전원과의 계통 연계를 위한 기술 요구사항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재생에너지 관련 기준 개정을 통해 신규 인버터의 FRT 성능 구비를 의무화했다. 한전은 FRT 성능이 없는 인버터 개선을 위해 지난 2년간 재생에너지가 많이 분포된 호남, 영남, 충청 지역에 약 6.8GW의 성능 개선을 마쳤다. 올해도 신규 원전 운전 등 전력망 여건 변동을 반영해 수도권, 강원 및 경상권을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원활한 추진을 위해서는 태양광 발전 사업자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정부와 한전은 사업자들의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인버터 성능 개선의 이점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업계와의 협력에 노력하기 바란다.
이병준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