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과 관련한 이주호 교육부총리의 갈지자 행보는 지탄받아야 한다. 이 부총리는 의대 정원을 증원 이전인 3058명으로 되돌리는 방안을 수용할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의료계에 전달했다고 한다. 아무리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가 국회에서 탄핵되고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행을 맡고 있다고 하더라도 정부 정책이 조변석개처럼 달라지면 안 된다.
이 부총리는 지난해 8월 국민의힘 연찬회에 참석한 의원들에게 “6개월만 버티면 우리가 이긴다”고 말한 장본인이다. 여당 의원들조차 “의사를 적으로 보느냐”며 반발하자 이 부총리는 국회에 출석해 “‘이긴다’는 표현은 썼지만 ‘6개월만 버티면’이라고 얘기한 기억은 없다”고 해명했다. 말꼬리를 잡을 생각은 없다. 다만, 이 부총리가 정부의 의대 증원 의지를 강조하면서 사태 해결을 낙관한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의대생들의 동맹휴학에 강경하게 대응한 이 부총리는 지난해 11월만 해도 “2025년에는 의대생들이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랬던 그가 윤 대통령 탄핵 이후 독단적으로 의대 증원 백지화를 시사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조차 이 부총리의 ‘0명 증원’은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복지부는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제로베이스에서 논의할 수 있다’는 원칙론을 밝혔는데, 제로베이스를 0명 증원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국무조정실도 “지난 1년간 의정 갈등을 감수하며 증원을 현실화했는데 임의로 내년 정원을 3058명으로 돌릴 수 없다”며 비판하고 있다. 정부가 의대 증원을 포기하기 위해 출구전략 차원의 약속대련을 벌이고 있는 건지, 이 부총리가 독자적 판단으로 권한 밖 일을 벌이는 건지 아리송하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의대 증원 정책의 기조를 명확히 밝히고, 물의를 빚은 이 부총리를 문책해야 한다.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현 정부의 주요 인사가 윤석열표 정책 지우기에 나서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지난해 여야 영수회담에서 의대 증원을 지지했다. 국회가 지난 27일 의료 인력 수급 추계위를 설치하는 법안을 복지위 법안심사소위에서 통과시키면서 사회적 합의 기구도 출범을 앞두고 있다. 의대 증원을 되돌릴 수 없도록 하려는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 이 부총리는 자중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