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의 잠재적 대선 주자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심리가 종결되자 공세 좌표를 일제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맞췄다. ‘찬탄(탄핵 찬성)’ ‘반탄(탄핵 반대)’ 주자 모두 야권의 유력 주자인 이 대표를 때려 선명성을 부각하고, 맞수로서의 경쟁력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당 지도부도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가동하며 개헌에 미온적인 이 대표 압박에 나섰다.
지난 25일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최종변론 이후 여권 ‘잠룡’들은 탄핵 찬반을 막론하고 이 대표를 향해 맹공을 폈다. 다음 달 2일 제2연평해전 공연 관람, 5일 북콘서트 등으로 정치 활동 재개를 시작하는 한동훈 전 대표는 이 대표 불가론을 집중 제기하는 방식으로 보수 지지층을 겨냥하는 메시지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대표는 최근 펴낸 저서 ‘국민이 먼저입니다’에서도 이 대표에 대해 “자유민주주의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이라고 규정하고, “이 대표가 행정부까지 장악하면 사법부 유죄판결을 막으려고 계엄이나 처벌 규정 개정 같은 극단적 수단을 쓸 수 있다”고 적었다.
탄핵 반대 입장인 홍준표 대구시장도 MBC 백분토론에서 이 대표에 대해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이 대표가 최근 ‘중도보수’를 표방한 것을 두고도 “우리 당에 입당하지 뭐 하려고 거기(민주당) 있냐. 그러면 자기가 옛날에 주장했던 기본소득 같은 건 전부 거짓말이냐”며 날을 세웠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거론하며 “대선에 출마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여권 주자들의 ‘이재명 때리기’는 이 대표에 대한 거부감이 큰 중도층과 보수층 양쪽 모두를 겨냥한 전략이다. 여권 관계자는 “탄핵심판이 끝나고 조기 대선 국면에 들어가면 어떻게든 이 대표 집권을 막아야 한다는 당내 공감대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탄핵의 강’을 건너 단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확산하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7일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의 면담에서 “우리 보수정당이 생긴 이후 가장 어려울 때 같다. 집권당이고, 소수라도 힘만 모으면 해나갈 수 있다”며 단합을 당부했다. 국민의힘 전략기획특위가 개최한 세미나에서 이상민 전 의원은 “이제는 윤 대통령의 공과를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대식 원내수석대변인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친한(친한동훈)·친윤(친윤석열) 따지지 말고 (여당 의원) 108명이 거대 야당 민주당과 싸우기 위해 하나 된 모습을 보여줄 때”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비대위에서 주호영 국회 부의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당 개헌특위 구성안도 의결했다. 개헌특위에는 성일종·신성범·유상범·조은희·최형두 의원 등 현역 의원 5명이 포함됐다. 권 비대위원장은 “비상계엄의 정당성에 대한 평가는 헌재와 법원에 맡겨놓더라도 이러한 사태를 부른 우리 정치의 현실을 국민과 함께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야당에 개헌 논의 동참을 거듭 촉구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