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지킴이’ 52명 모집에 180명 몰려… 노인들도 일자리 사투

입력 2025-02-28 02:02
학교전담·범죄예방경찰관, 아동안전 지킴이들이 지난해 6월 19일 서울 성북구 장위초등학교 인근 늘봄학교 통학로에서 안전점검 및 합동순찰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18일 서울 영등포경찰서 1층은 ‘아동안전지킴이’ 체력검사와 면접을 보러온 어르신들로 북적였다. 총 선발 인원은 46명이었는데 이날 참가한 이들은 100명이 훌쩍 넘었다. 경찰이 조별로 이름을 부르기 시작하자 어르신들은 바짝 긴장한 표정으로 귀를 기울였다.

경쟁률이 3대 1을 넘긴 곳도 있었다. 구로경찰서에서는 52명을 모집하는 아동안전지킴이 면접에 180여명이 몰렸다. 양천경찰서의 경우 60명 모집에 148명이 지원했다. 경찰 관계자는 27일 “지난해보다 지원자가 더 늘었다”며 “입소문과 정보 공유의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초등학교에 배치돼 학교 주변을 순찰하는 ‘아동안전지킴이’ 자리를 놓고 노인들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서울의 경우 초등학교 609곳에 지킴이가 2명씩 배치된다. 최저시급을 적용받는데 한 달 근무 평균 57시간을 일하면 약 57만원을 받을 수 있다. 서울시는 올해 70억8000만원을 투입해 1218명의 아동안전지킴이를 선발한다. 어린이 안전을 책임진다는 사명감도 생기고 돈도 벌 수 있는 일자리인 셈이다.

지원자 김모(63)씨는 “아동안전지킴이는 아이들 등하굣길을 지켜주는 일이니까 보람도 있고 조금이라도 돈을 받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다른 60대 지원자는 “근무 시간이 길지 않아 여유롭게 할 수 있고 아이들 교통 지도도 하면 제2의 인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지원했다”고 했다.

선발은 각 지역 경찰서가 주관한다. 초등학생 안전을 책임지는 역할인 만큼 전형 과정도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서류심사와 체력검사, 면접 순으로 진행된다. 체력검사는 제자리걷기나 눈뜨고 외발 서기 등으로 순찰에 필요한 보행 능력 등을 평가한다.

아동안전지킴이 경쟁률이 높아진 배경에는 노인 일자리 찾기가 어려워진 상황이 있다. 일할 수 있는 고령층은 갈수록 늘어나는데 양질의 노인 일자리는 그만큼 공급되지 않는 현실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5월 기준 고령층(55~79세) 인구 가운데 60.6%(968만3000명)가 경제활동참가인구로 파악됐다. 전년 동월 대비 36만2000명 늘었다. 경제활동참가인구는 노동을 제공할 의사와 능력이 있어 경제활동에 참여하려는 사람을 의미한다. 고령층 인구 10명 중 6명이 취업 중이거나 구직활동을 한다는 의미다.

정부는 노인 일자리 수요에 대응해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예산 2조1847억원을 투입해 노인 일자리 109만8000개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노인 일자리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미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장은 “최근 노인층으로 유입되는 신(新)노년 세대는 기존 노인 세대보다 학력이나 소득이 높아 다양한 욕구가 있다”며 “국가 예산에만 의존하는 노인 일자리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민간 기업과 협력해 노인 일자리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