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 의사정족수를 ‘3인 이상’으로 올린 ‘방통위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방통위 설치법) 개정안이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반도체 시설 투자 등에 대한 세제지원을 확대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K칩스법)도 처리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여야 대치로 공전 중인 반도체 특별법에 대해서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예고하며 대여 압박 수위를 끌어올렸다.
국회는 27일 본회의에서 방통위 설치법 개정안을 재석 245인, 찬성 167인, 반대 78인으로 가결했다. 개정안은 방통위 의사정족수를 최소 3인으로 신설하고, 의결정족수를 출석 위원 과반으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또 국회 추천 몫 3인의 방통위원의 경우 국회가 추천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임명되도록 명시한다.
앞서 개정안이 상정되자 여당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반발했다. 현재와 같은 2인 체제 의결에 문제가 있다면 국회가 위원을 추천해 5인 체제를 복원하면 될 일이란 취지다. 국회 추천 몫 방통위원의 임명 기한을 명시한 대목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결격 여부 심사 때문에 (임명이) 늦어질 수 있는데 무조건 30일 이내에 하란 건 정부가 방통위원의 자격을 엄격히 따지지 말라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김현 민주당 의원은 이에 맞서 “윤석열 대통령은 방통위를 방송 장악의 도구로 전락시키기 위해 대통령 지명 위원 2인으로 방송통신 정책을 의결하면서 ‘대통령비서실 방송통신수석실’로 만들었다. (개정안은) 방통위 무력화법이 아니고 방통위 정상화법”이라고 강조했다.
각종 산업 육성·지원 관련 법안은 비교적 수월하게 처리됐다. 찬성 239인, 반대 14인, 기권 4인으로 가결된 K칩스법이 대표적이다. 해당 개정안은 반도체 기업의 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현행보다 5% 포인트 상향하도록 한다. 또 국가전략기술의 범위에 미래형 운송수단과 인공지능을 추가하고, 신성장·원천기술 및 국가전략기술 연구개발 세액공제 적용 기한을 5년(반도체는 7년) 연장하는 내용도 담겼다.
민주당은 주52시간제 적용 예외 문제를 놓고 대립 중인 반도체 특별법은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해 추진하기로 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국민의힘이 제아무리 억지를 부려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법정 심사기간 180일이 지나면 지체 없이 처리할 것”이라고 엄포 놨다. 반도체 특별법이 28일 여·야·정 국정협의회의 주요 의제 중 하나로 다뤄질 전망인 만큼 압박 성격이 짙다는 해석도 나온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