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기아의 ‘미래 승부수’… EV4·PV5 첫 공개

입력 2025-02-28 01:08
지난 24일(현지시간) 스페인 타라고나의 타라코 아레나 ‘2025 기아 EV데이’에서 공개된 EV4·PV5 등이 무대에 등장한 모습이다. 유럽 시장을 공략할 EV2 콘셉트도 함께 선보였다. 현대차·기아 제공

기아의 미래 전략 방향은 크게 두 축이다. 하나는 전동화 전환, 다른 하나는 목적기반차(PBV)이다. 기아가 두 시장에서 치고 나가기 위해 그동안 준비한 ‘승부수’를 유럽에서 동시에 공개했다. 키워드는 정면돌파다. 전기차 대중화를 이끌 첫 전기 세단과 개인 맞춤형 모빌리티 구현을 위한 첫 번째 PBV 모델을 올해 상반기 한국에 출격시킨다.

기아는 지난 24일(현지시간) 스페인 타라고나의 타라코 아레나에서 ‘2025 기아 EV데이’를 개최했다. 글로벌 기자단과 임직원 약 500명이 참석했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자동차업계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경쟁사는 전기차 전략을 수정하고 있지만 기아는 아직 충족되지 않은 고객 요구에 부합하는 전기차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정면으로 집중해 왔다”고 말했다.

잠시 뒤 낮은 차체의 EV4가 미끄러지듯이 모습을 드러냈다. EV3, EV6, EV9 등 스포츠유틸리티차(SUV)로만 구성됐던 기아 전기차 라인업에 등장한 첫 전기 세단이다. 준중형급 덩치에 81.4㎾h 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했다. 1회 충전으로 최대 533㎞(롱레인지 모델) 주행할 수 있다. 복합전비는 ㎾h당 5.8㎞다. 주행거리와 전비 모두 기아 전기차 가운데 가장 우수하다.

12.3인치 클러스터·5인치 공조·12.3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매끄럽게 연결한 파노라믹 와이드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중앙 콘솔을 앞으로 80㎜ 확장해 테이블처럼 활용할 수 있다. 한국과 유럽이 주요 타깃이다. 해치백 모델은 유럽에만 출시한다.

이날 콘셉트카를 공개한 소형 전기 SUV EV2도 해외전략형 모델이다. 2열 좌석을 등받이 쪽으로 올리고 1열 좌석을 최대한 뒤로 뺄 수 있도록 해 공간 활용성을 높였다. 소형 차급임에도 차량 앞쪽 수납공간(프렁크)과 뒷좌석 폴딩·리클라이닝 기능을 적용했다. 내년 유럽 출시가 목표다.

기아는 이날 PBV 사업 전략도 공개했다. PBV는 특정 목적을 수행하는 자동차를 의미한다. 사무실, 식당, 카페, 숙박 등에서의 용도에 맞게 내·외부 디자인, 좌석 배치 등을 다양하게 설계할 수 있다. PBV 시장은 기아가 먼저 주목하고 발 빠르게 준비하는 분야다. 기아는 2022년에 PBV 사업 본격화를 선언했다. 지난해 PBV 전용공장인 ‘화성 EVO 플랜트’를 완공했다. 이후 현대자동차그룹의 첫 PBV 전용 플랫폼 ‘E-GMP.S’를 개발했다. 스케이트보드 형태의 전용 플랫폼에 상부 차체를 결합하는 구조다. 소형부터 대형까지 다양한 차급에 적용할 수 있다.

기아는 E-GMP.S를 활용해 만든 브랜드 첫 PBV인 PV5를 이날 공개했다. 71.2㎾h와 51.5㎾h 2종류의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를 탑재했다. 배터리팩 내부에 모듈 없이 셀을 탑재한 ‘셀투팩(Cell-to-Pack)’ 배터리 시스템을 적용해 에너지 효율성을 높였다. 송 사장은 “PBV를 통해 맞춤형 전기차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4월 서울모빌리티쇼에서 처음 선보인 뒤 상반기에 한국과 유럽에서 계약을 시작한다.

타라고나=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