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축구 팬 외면한 정몽규 회장 4연임, 신뢰회복이 우선이다

입력 2025-02-28 01:10
대한축구협회장 4연임에 성공한 정몽규 회장(왼쪽)이 26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제55대 대한축구협회 회장 선거에서 당선이 확정된 뒤 박영수 선거운영위원장으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정몽규 HDC회장이 대한축구협회장 4연임에 성공했다. 비판 여론과 논란이 많았지만 압도적인 표 차로 승리했다. 축구협회 개혁을 요구했던 축구팬들의 여론은 싸늘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축구협회 보조금 환수나 제재 부가금 징수 등의 강경 대처를 예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 회장 체제가 성공하려면 소통을 통한 신뢰 회복이 우선일 것이다.

정 회장은 26일 열린 제55대 축구협회장 선거에서 투표율 약 95%, 득표율 약 85%로 허정무·신문선 후보를 제치고 16년간의 장기 집권 체제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나 그의 높은 득표율은 국민의 60%가 반대한 민심과는 동떨어진 것이다. 정 회장에 대한 공분은 2023년 3월 승부조작 축구인들에 대한 기습 사면을 시도했다 여론의 반발로 철회하며 촉발됐다. 지난해 올림픽 대표팀은 40년 만에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전 국가대표 감독과 홍명보 현 감독 선임 과정에서 행정의 난맥상이 드러났다. 문체부는 지난해 11월 축구협회 감사 결과를 발표하며 정 회장에게 자격 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요구했다. 그러나 정 회장은 4선 출마를 강행했고, 유권자인 지도자 선수 심판 등 축구인들은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했다. 정 회장 체제를 비판하던 지도자협회마저 입장을 바꿔 지지로 돌아섰다. 정 회장의 비전을 본 결정이겠지만, 축구협회가 이미 그의 사람들로 채워져 비판과 자정 능력을 상실한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대한체육회장 선거에는 유승민 후보가 이기흥 회장을 꺾는 이변이 일어났지만 축구계는 그렇지 못 했다. 아쉬운 대목이다.

결국 문제 해결은 정 회장의 몫이다. 우선 축구 팬들의 성난 민심에 귀 기울이라. 강도 높은 내부 혁신을 통해 축구협회의 무너진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한국 축구의 경쟁력과 위상을 높여야 하는 건 물론이다. 그래야 축구협회 내부가 아니라 축구팬들에게 환영받는 수장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