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감사원의 직무감찰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헌법 기관의 비위를 방치할 우려를 낳았다. 선관위가 헌법 기관으로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헌재 결정은 옳다. 그러나 감사원 직무감찰을 금지하면 선관위 내부에 만연한 채용 비리는 누가 근절할 것인가. 감사원의 직무감찰 결과를 보면 선관위의 채용 비리는 인사행정을 총괄하는 최고위직부터 지역 선관위 하위 간부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연루돼 있었다. 자녀와 친인척들에게 채용 특혜를 베푼 선관위 직원은 특정 지위나 부서, 지역에 한정되지 않았다. 선관위가 자체 감사로 이런 비리를 예방하거나 적발하고 조직을 개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헌법 기관이라는 이유로 외부 감사를 차단시키면 더 많은 비리가 판을 치더라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 성역이 될 것이다.
선관위는 ‘아빠 찬스’ 논란이 처음 불거졌을 때만 해도 의혹을 축소하느라 바빴다. 선관위가 2023년 자체 조사 후 채용 비리로 수사를 의뢰한 직원은 4명에 그쳤다. 이듬해 감사원이 수사를 의뢰한 직원 27명과는 큰 차이다. 감사원이 어제 선관위에 징계를 요구한 비위 직원은 32명으로 늘어났다. 선관위는 헌재의 위헌 결정을 비위 직원들을 비호하는 구실로 삼으면 안 된다.
감사원은 최근 10년간 선관위의 경력직 채용 과정을 전수조사한 결과 878건의 규정 위반을 적발했다. 채용 비리는 고질이었지만 문제의식은 없었다. 인사 담당자에게 채용을 청탁하는 데는 고위직부터 중간 간부 모두 거리낌이 없었다. 선거 업무와 무관한 지방직 공무원에서 지역 선관위 경력직으로 특채된 뒤 고속 승진하는 것도 매뉴얼처럼 자리잡았다. 선관위는 선거 업무의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부여된 독립성을, 헌법 기관을 가족 회사로 전락시키는 수단으로 삼았다. 선관위는 환골탈태 수준의 개혁을 요구받았지만 감사원을 상대로 권한쟁의심판을 제기하는 등 기득권을 지키기에 급급했다.
선관위에 대한 감사원의 직무 감찰이 위헌이라는 헌재 결정이 선관위에 대한 면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헌법 정신에 부합하면서도 선관위의 인사 비리를 미연에 방지하거나 적발할 수 있는 강력한 통제 장치를 확보해야 한다. 선관위가 그동안 보인 행태를 보면 내부 감사나 자체 노력만으로는 헌법기관의 격에 맞는 부패방지 시스템을 갖출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특단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