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기업 채용 시장 칼바람이 작년보다 거세질 전망이다. 특히 석유화학, 건설 등 업황이 부진한 분야의 채용 절벽이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27일 발표한 ‘2025년 상반기 대졸 신규 채용 계획’에 따르면 매출액 500대 기업 중 61.1%는 올해 상반기 신규 채용 계획이 없거나 미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정이라고 응답한 기업이 41.3%, 아예 없다고 응답한 기업은 19.8%였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조사 때보다 각각 3.9% 포인트, 2.7% 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채용 계획이 있는 기업 중에서 지난해보다 규모를 줄이겠다는 기업은 28.6%인 반면 늘리겠다는 기업은 12.2%에 불과했다. 채용 축소 기업은 전년 대비 1.8% 포인트 늘었고, 확대 기업은 3.9% 포인트 줄었다.
특히 업황 부진에 빠진 업종 위주로 채용 시장이 얼어붙었다. 건설(75.0%), 석유화학제품(73.9%), 금속(66.7%), 식료품(63.7%) 순으로 채용 계획이 미정이거나 없는 기업의 비중이 컸다. 건설업 청년 취업자 수는 지난해 3월부터 11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으며, 지난해 5월 이후 감소율이 두 자릿수로 치솟았다. 공사 물량 축소, 신규 채용 감소, 업황 부진이 겹친 영향이다. 석유화학업종도 중국발 공급 확대 등 글로벌 공급 과잉 이슈에 더해 세계 경제의 수요 둔화 흐름이 겹쳐 불황이 장기화하고 있다.
이들 기업이 모인 지역의 일자리 타격도 크다. 석유화학 기업들이 몰려 있는 여수산업단지의 경우 사무직 채용은 사실상 중단됐다. 일부 기업이 공장 설비 유지를 위한 생산직만 소규모로 채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경기침체 장기화와 보호무역 확산 우려로 기업들이 긴축 경영에 나서면서 채용 시장에 한파가 불어닥치고 있다”며 “통합투자세액공제 일몰 연장, 임시투자세액공제 대상 확대 등 고용 여력을 넓히는 정부의 세제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