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좌로도 우로도 치우쳐선 안돼… 하나님 의 구하고 이웃 사랑에 힘쓰자”

입력 2025-03-03 03:03
정종훈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교수가 지난달 26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루스채플에서 두 손으로 장의자를 짚은 채 은퇴 소회를 밝히고 있다.

지금의 정치적 혼란과 교회의 우경화 현상에 대해 신학자는 뭐라고 조언할까.

정종훈(64)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교수는 지난달 26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루스채플 2층에 있는 교수 연구실에서 “주님의 몸된 교회에 맡겨진 사명을 먼저 생각해야 바른길을 찾을 수 있다”고 운을 뗐다.

정 교수는 “교회 일부의 우경화를 내버려 둘 경우 교회 전체가 극우로 기울어질 위험성이 적지 않다”면서 “주님의 몸인 교회가 정치 집단으로 전락하게 둬선 안 된다”고 말했다.

발언은 복음의 본질만이 교회의 푯대가 돼야 한다는 말로 이어졌다. 정 교수는 “좌로도 우로도 치우치지 말고 삼위일체 하나님 중심으로 진영논리를 떠나 하나님의 의를 구하고 예수의 삶과 가르침을 따르며 성령의 능력으로 이웃 사랑에 앞장서는 교회가 돼야 한다”면서 “바로 이런 다짐이 교회가 걸어야 할 바른길”이라고 전했다.

정 교수는 오는 8월 말 25년 동안 재임한 연세대에서 은퇴한다. 연세대 신학과와 장로회신학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뒤 독일 괴팅겐대 신학부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받은 정 교수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 소속 목사다.

목사이면서 신학자인 정 교수는 은퇴를 앞두고 최근 ‘연세 정신, 연세인 리더’(연세대학교출판문화원)를 펴냈다. 1885년 우리나라에 첫발을 디딘 호러스 G 언더우드 선교사가 설립한 대학의 교수로서 이번 출판을 통해 한국 선교와 연세대 역사를 조명했다.

정 교수는 “연세대는 1885년 4월 10일 문을 연 ‘광혜원’에 뿌리를 두고 있는데 이때는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선교사를 통한 선교가 시작된 시기로 대학과 한국교회 역사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는 이유”라면서 “초창기 선교사들이 병원 직원으로 일하면서 신분을 보장받았고 결국 대학과 병원이 한국교회의 발원지가 됐다”고 설명했다.

선교 140주년을 맞은 한국교회와 대학이 역사의 궤를 함께하는 셈이다. 정 교수는 “1885년 뿌리내린 한국교회와 우리 대학이 하나님의 섭리와 인도하심에 감사하면서 이 땅에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고 하나님의 의를 세우는 일에 더욱 정진하는 전기를 마련하는 게 큰 소망”이라고 전했다.

대학 은퇴 후 정 교수는 ‘공공신학위원회’ 조직과 운영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위원회를 통해 깊이 있는 정책을 사회 전반에 제안하겠다는 바람이다. 기독교적 가치가 담긴 정책으로 사회 변화에 기여하고 싶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정 교수는 “각 분야에서 활약하는 평신도 전문가들이 적지 않은데 그들이 기독교 신앙의 정체성 위에서 전문적인 정책 수립에 이바지한다면 총회나 노회의 대사회적 정책과 과제가 더욱 명확해질 수 있다”면서 “이런 활동을 하는 위원회에서 헌신하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장창일 기자 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