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밭/ 사~잇길로/ 걸~어가면/ 뉘~ 부르는/ 소~리 있어/ 나를 멈춘다.”
지난 25일 경기도 여주 소망교도소(소장 김영식)에서 가곡 ‘보리밭’이 울려 퍼졌다. 이어 ‘고향의 봄’을 비롯해 찬양곡 ‘주 하나님 지으신’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등이 앙코르 요청 속에 공연됐다.
무대의 주인공은 최훈조(71) 부산 드림교회 원로목사였다. 최 목사는 수용자들을 향해 “여러분의 지금 모습은 과정일 뿐이지 결과가 아니다”며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듯 꿈을 포기하지 말라”고 권면했다.
올해 부산 고신대 성악과를 졸업한 만학도 최 목사는 자신의 첫 독창회를 소망교도소에서 열어 수용자들에게 깊은 감동과 희망을 선사했다. 그는 과거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첫 독창회를 교도소에서 열겠다고 약속했는데, 이번에 그 소망을 이루게 된 것이다(국민일보 2023년 5월 10일자 36면 참조).
교도소에서 공연한 최 목사의 인생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6살에 친어머니를 하나님의 곁으로 떠나보내며 세 번의 계모를 모셨다. 특히 세 번째 새엄마가 집에서 쫓아내면서 자연스레 방황의 길로 빠지기도 했다. 폭행 사건으로 소년원을 갈 뻔한 경험도 있었다고 전했다.
최 목사는 2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그러다 친구가 초청한 교회에 다니면서 노숙자가 아닌 ‘교숙자’ 생활을 했다”면서 “15살부터 교회를 섬기며 자립하기 시작했다. 하나님 은혜가 아니었다면 독주회에 설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최 목사는 자신을 ‘빚진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 빚을 세상에 갚기 위해 교도소를 비롯해 보육원 양로원 등을 다니며 사역을 펼쳤다.
그런 그에게도 위기는 찾아왔다. 2019년 조기 은퇴를 한 최 목사는 무기력함만이 남아 있었다. 이를 떨쳐 내고자 그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성악은 전혀 연관이 없는 분야였지만 고신대 성악과에 지원했다. 이듬해 그는 우여곡절 끝에 학교에 합격하면서 인생 2막을 맞이했다.
졸업까지의 과정도 순탄치만은 않았다. 성악 전공은 라틴어 이탈리아어 독일어 프랑스어 등 언어 능력도 요구했기 때문이다. 공연을 위해서 다른 학문보다 더 많은 실기 준비시간이 필요했다. 젊은 학생들과 학업을 함께하면서 체력적 정신적 도전을 경험했다는 게 최 목사의 설명이다.
그는 “한 곡을 부르기 위해 3개월을 연습했는데 누가 봐도 잘하지 못했다”며 “그렇게 어린 교수에게 질책을 받고 그 앞에서 눈물을 흘렸던 적도 있다”고 회고했다. 지난해 졸업 연주회를 끝으로 최 목사는 무사히 졸업 요건을 충족하고 자랑스러운 학사 학위를 받았다.
최 목사는 “받은 것들을 나누고, 더 많은 곳에서 희망과 변화를 전하는 삶을 살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른 꿈을 위해 이번에는 고신대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할 계획이다.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