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행정수도 완성 매진… 정치 다시 쓰는 정치인 되고싶다”

입력 2025-03-02 18:25
최민호 세종시장이 2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2년간 이룬 시정 성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정국이 매우 혼란한 상황일지라도 부화뇌동하거나 정치를 명분으로 휘둘려서는 안된다”며 지자체장만큼은 굳은 심지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시 제공

“솔직히 폭풍전야 같은 기분이 듭니다. 하지만 이럴 때일 수록 지역을 안정시키고 민생을 챙기는 자치단체장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본립도생(本立道生), 즉 ‘근본을 세워야 앞으로 나아갈 길이 보인다’는 말처럼 올해도 시정을 잘 이끌겠습니다.”

최민호 세종시장은 2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국이 극심한 혼란 상황일지라도 지자체장만큼은 굳은 심지를 가져야한다고 강조했다. 곧 결정될 대통령 탄핵 심판의 후폭풍에 부화뇌동하거나 휘둘려서도 안된다고 했다.

그는 지난 2년간 ‘아무도 가지 않은 창조적이고 도전적인 길’을 개척했다고 스스로를 돌아 봤다. 모든게 새롭고 신선하지만, 동시에 아직 무르익지 않은 신생도시인 세종의 발전을 함께 할 수 있어 뜻깊었다고도 소회를 밝혔다.

최 시장은 “세종시는 비교적 짧은 10여년 동안 지방자치가 이뤄졌다. 사실상 지금부터가 진정한 도시발전의 시작”이라며 “행정수도의 입지를 다지고 자족기능을 확충한 것, 미래전략수도로 나아가기 위한 전환점을 마련한 것 등에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시장으로 시작해 문화시장으로 끝내고싶다’는 자신의 계획 역시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풍요로운 도시 품격있는 세종’이라는 시정 슬로건에 따라 그동안 경제적 풍요를 위한 성과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한글문화사업 등 도시의 품격을 올리기 위한 정책에도 힘을 쏟고 있다고 전했다

최 시장은 “그동안 구상했던 것들은 거의 이뤄냈다. 불가능에 가까웠던 세종시의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조정대상지역 등 3중 규제를 국토교통부와 협의해 해제했고, 지역의 큰 갈등 요소였던 친환경 종합타운 사업도 추진하게 됐다”며 “국가적으로는 국회세종의사당 및 대통령 제2집무실의 이전, 세종지방법원 건립 확정, 한글문화도시 지정, 기회발전특구·교육특구·문화발전특구 지정이라는 큰 성과를 거뒀다. 2023년에는 시 출범 이후 최대인 1조380억원의 투자유치 실적도 달성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굵직한 성과를 냈음에도 여전히 그의 최우선 과제는 세종을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행정수도로 완성하는 것이다. 관건은 개헌이다. 그는 새로운 정치체계 마련을 위한 개헌과 함께 세종시의 행정수도 지위를 확정하는 방안이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시장은 “수도는 대통령실과 국회 등 국가 주요기관이 위치한 도시를 뜻한다. 왕이 사는 곳이 왕도이듯, 대한민국은 국가원수와 국회가 있는 서울이 수도”라며 “이런 기관들이 세종에 온다는 것은 세종시가 곧 수도가 된다는 뜻이다. 보다 확고한 수도의 지위를 얻으려면 개헌이나 국민투표가 필요하다”고 했다.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동력을 얻으려면 우군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 세종을 비롯해 대전·충남·충북 등이 포함된 ‘충청광역연합’의 초광역협력이 강화돼야 하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그는 각 지역의 독자적인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교통·관광·환경 등 협력이 필수인 과제를 함께 해결하며 수도권에 버금가는 단일 경제생활권을 구축하자고 제안했다.

최 시장은 “세종시는 수많은 논란을 거쳐 만들어진 만큼 행정수도라는 정체성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행정수도 완성을 위해 뜻을 모으고, 단일 경제생활권을 구축해 각종 인프라를 조성하는 것이 충청광역연합의 근본적 과제”라고 역설했다.

아직 풀지 못한 과제가 산적한 탓에 의회와의 협치가 매우 중요한 상황이지만, 그는 현재 시와 세종시의회의 관계가 국회의 축소판이나 다름없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나 현안사업이 여소야대 형국에 가로막혀 번번이 무산됐다는 이유에서다.

대표적으로 내년 개최를 목표로 추진 중이던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의 실패 사례를 꼽았다. 최 시장의 공약이자 시의 역점사업이었던 정원도시박람회는 시의회가 사업의 실효성·당위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갈등이 불거졌다. 결국 관련 예산이 전액 삭감되자 최 시장은 시의회의 제고를 요청하며 단식농성에 나서기도 했다.

그는 “세종은 노무현 대통령의 뜻에서 시작된 곳이고 젊은 사람들이 많은 신생 도시여서 진보 성향이 매우 강하다. 시장선거는 국민의힘이 승리했지만 시의회는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당”이라며 “국회의 축소판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여소야대 구조가 강해 행정을 집행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원도시박람회가 무산될 당시 대화와 협치가 어려워 단식을 했을 정도로 다른 충청지역과 정치 지형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그는 더욱 정치개혁이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좁게는 자신이 겪은 지방자치에서의 갈등, 넓게는 정부·국회·여야의 대립 등은 정권이 아닌 정치 자체가 바뀌어야만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가 ‘정치인답지 않은 정치인, 정치를 다시 쓰는 정치인’이 되겠다는 마음을 먹은 이유다.

최 시장은 “현재 정치 상황은 대단히 안타깝다. 정치가 법의 지배를 받아야지 법이 정치의 지배를 받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 누구도 법을 초월할 수는 없기에 정치역시 법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며 “지금의 탄핵심판은 마치 법이 정치에 쫓겨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바꿔 말하면 정치가 법의 우위에 서있는 것이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정치가 법을 초월할 수 없도록 탄핵심판이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사람들은 부정적·탐욕적이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만 정치인으로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내가 생각하는 진짜 정치인은 정직하고 정의롭고 정확하다는 의미의 ‘3정’을 갖춘 사람이다. 그래야만 사람들이 정치를 신뢰하고 정치인을 존경하게 된다. 앞으로 다가올 정치적 격변에 흔들리지 않고 민생을 챙기며 시장이 해야 할 역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세종=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