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를 칠십부터 더 크게 쓰겠다.”
이해할 수 없는 응답이었다. 몸과 회사 모두 무너진 것 같을 때였다. 2016년, 연이은 항암치료로 몸은 지칠 대로 지쳤고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회사는 구조조정에 내몰렸다. 무릎을 꿇으면 “살려주십시오”는 기도밖에 안 나왔다. 에너지 전문 기업인 우리 회사 YPP를 살려달라고, 병으로 쇠약해진 날 살려달라고. 그런데 하나님께서 주신 응답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응답을 받은 뒤 하나님께서 적어도 지금 당장 날 데려가시지는 않겠다는 믿음이 생겼다. 또 지금까지 YPP를 인도하신 시간은 어쩌면 연습게임에 불과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칠십부터 날 더 크게 쓰신다’던 당시 하나님의 응답은 진짜 실현되고 있다. 73세가 됐던 2023년 옛 사옥을 헐고 그 자리에 아르센타워를 건축했다. ‘아르센’은 ‘아름다운 세상’이라는 한글 발음에서 영감을 얻은 이름이다. 아파트형 공장과 사무실, 기숙사 등이 들어선 지하 3층 지상 20층의 유럽풍 빌딩인데, 과거 어둡고 칙칙한 공단 이미지와 전혀 다르다.
올해는 교육법인 아르센아카데미를 통해 그토록 꿈꾸던 ‘글로벌 크리스천 리더십 프로그램(GCLP)도 시작한다. 차세대 크리스천 리더들을 모아 영성과 야성을 기르는 프로그램이다. 신학, 크리스천 비즈니스, 미래 시대라는 교육 과정 아래 신앙과 실력을 두루 갖춘 지도자를 키운다.
현재 YPP의 대외적 목표는 연내 매출 1조원을 달성하는 일이지만 내가 YPP를 경영하는 핵심 비전은 돈이 아니다. ‘사회 모든 영역에 복음을 전하는 하나님 기업’이 우리 회사의 진짜 비전이다.
인생을 돌아보니 걸음걸음마다 하나님의 은혜가 아닌 일이 없다. 물론 모든 길이 탄탄대로였던 건 아니다. 가장 가까웠던 직원의 배신으로 주요 거래처를 잃은 적도 있고, 해커의 공격을 받아 하루아침에 10억이 증발할뻔한 절체절명의 순간도 있었다.
그러나 영광과 시련의 희로애락을 거치며 두 가지 확신을 얻었다. 내 인생의 주관자이신 하나님만 전적으로 의지해야 한다는 것, 기도하는 사람은 절대 쓰러지지 않는다는 진리다.
저서 ‘와서 보라’(아르센아카데미)를 통해 간증한 바 있지만, 크신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책 한 권에 모두 담진 못했다. ‘역경의 열매’를 빌려 하나님의 은혜를 다시 고백하고 책에서 나누지 못한 간증들도 소상하게 나누려 한다.
“와서 보라!” 예수님을 전적으로 신뢰한 빌립이 예수님에 대해 의문을 품은 나다나엘에게 전한 말이다. 내 말을 그렇게 못 믿겠으면 네가 와서 직접 보라는 뜻이었다. 빌립의 요청대로 나다나엘은 예수님을 직접 만났고, 예수님의 제자가 됐다.
오늘을 사는 우리는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예수님을 직접 보여 줄 수 없다. 그 대신 내 인생을 통해 그 안에 역사하신 예수님을 보여 주고 싶다. “역경의 열매에 와서 시골 소년 백종만을 만나주고 이끌어 주신 예수님을 보라.”
약력△1950년 출생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최고경영자과정 △하버드비즈니스스쿨 최고경영자과정 △어메리칸 트레이딩 상사 부장 △영풍물산 대표 △YPP 대표이사·회장 △충현교회 장로
정리=이현성 기자 sa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