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실학자 홍만선은 농업과 의약 및 농촌의 일상생활에 관한 ‘산림경제(山林經濟)’를 지었다. 30여년간 인문·과학 분야 출판인으로 활약했던 저자는 ‘경제(經濟)’가 본래 ‘세상을 올바르게 해서 백성을 구한다’는 계몽적인 성격을 지닌 말이라고 설명한다. 홍만선도 무지한 백성을 올바르게 가르쳐서 세상을 잘 살게 하겠다는 뜻으로 책을 지었다는 것이다. 지금 쓰는 ‘경제’라는 의미와는 다르다. 일본인들이 ‘이코노미(Economy)’를 ‘경제’로 번역하면서 이 단어가 내포하던 전통적인 유교의 개념들은 사라졌다.
책은 단어의 어원과 역사, 문화적 맥락을 살펴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의 실제 의미와 쓰임,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경제, 사회처럼 원래의 뜻이 바뀌어 새로 쓰이는 말부터 숙맥, 얌체처럼 긍정적인 뜻이 역전돼 부정적 의미로 쓰이게 된 말도 다룬다. 저자는 “말과 글이 좋아지기 위해서는 관심을 가지고 재미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면서 “관심과 재미를 위해서는 ‘어원’이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맹경환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