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尹탄핵 찬성, 고통스런 결정… 보수정신 누가 배신했나”

입력 2025-02-26 18:47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저서 ‘한동훈의 선택-국민이 먼저입니다’가 출간된 26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입구 앞에 책을 구매하려는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뉴시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26일 12·3 비상계엄 사태를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공화주의에 대한 모욕이자 도전”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계엄을 막으려 한 나를 배신자라고 부르는 프레임 씌우기가 진행되고 있다”며 “하지만 묻고 싶다. 누가 민주주의와 공화주의를, 진짜 보수의 정신을 배신한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출간된 책 ‘국민이 먼저입니다’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찬성을 표했던 상황에 대해 “굉장히 고통스러운 결정이었다”면서도 “당과 보수, 대한민국을 위해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또 “더불어민주당이 자행한 폭거들로 인해 대통령이 느꼈을 좌절감과 국가의 미래에 대한 우려에 내가 어느 누구보다 더 공감한다”면서도 “이 모든 문제는 정치와 사법 시스템으로 풀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정치 일선 복귀 이후 보수 지지층을 정서적으로 달래는 동시에 정치적 공세는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전 대표는 자신을 겨냥한 ‘배신자 프레임’에 대해 “무엇이 나라와 국민을 위해 좋고 나쁜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특정인을 배신했냐 아니냐는 식으로 몰아가는 정치는 해롭다”고 언급했다. 다만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전후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 ‘사실상 내란을 자백하는 취지’ 등 발언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내가 부족했다”고 아쉬워했다.

한 전 대표는 개헌 필요성을 시사하는 내용도 책에 담았다. 그는 “1987년 5년 단임제는 목표를 잃은 대통령이 이판사판 정치를 할 수 있게 만든다. 이제는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친한계 인사들에 따르면 한 전 대표는 다음 주 본격적인 정치 활동을 재개한 이후 구체적인 개헌 구상 등을 밝힌다는 계획이다.

한 전 대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해서는 “자유민주주의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 대표는 (윤 대통령보다) 훨씬 더할 거다. 조금이라도 불리한 말이 나오면 소위 ‘개딸’들이 달려가 집단린치를 하지 않냐”며 “하물며 대통령이 되면 끔찍한 일들이 벌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이날 이 대표와 설전도 벌였다. 이 대표가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이고, 개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한다”고 비판을 날리자, 한 전 대표는 “저는 기꺼이 국민을 지키는 개가 되겠다. 재판이나 잘 받으시라”고 페이스북 글로 응수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