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27일 국회 본회의 처리를 예고한 ‘명태균 특검법’을 두고 국민의힘이 졸속 논란을 제기했다. 특검법 초안에는 이례적으로 ‘공소취소’ 권한을 특검에 부여하는 내용이 담겼는데, 민주당이 지난 24일 비공개로 진행된 법안심사 과정에서 뒤늦게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를 ‘셀프 삭제’ 했다는 것이다.
국민일보가 입수한 24일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민주당 의원들은 애초 법안에 있던 공소취소 관련 내용을 삭제한 뒤 특검법안을 의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위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상법 개정안 처리에 반발해 퇴장한 이후 민주당 의원들과 김석우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차관)의 ‘다(多) 대 1’ 구도로 진행됐다.
김 대행은 “이 (특검)법안의 경우 기존에 공소 제기된 사건에 대해 공소취소까지 할 수 있도록 돼 있어서 행정부가 했던 행위 자체를 전면 부정할 소지가 있다”고 부정적 의견을 밝혔다. 법안의 ‘제안이유 및 주요 내용’에서 특검 권한에 대해 ‘공소취소 여부의 결정을 포함해 공소유지 직무를 담당하여’라고 적힌 부분을 지적한 것이었다.
민주당 소속 박범계 법안1소위원장은 “(공소취소 규정이) 조문에 없는데 주요 내용에 있다고 그게 공소취소가 (되느냐)”라고 말했다. 그러자 김 대행은 “주요 내용을 비춰보면 공소취소까지 포함하는 해석을 전제로 발의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답했다. 이에 박 위원장은 “공소취소라는 명문이 없는 이상 그렇게 해석하는 건 그런데(맞지 않는 것 같은데)”라고 반박하면서도 “아무튼 오해는 받게 생겼다”고 말했다.
대표발의자로 이름을 올린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김 대행에게 “그러니까 이 자료 어디에 그게(공소취소 규정) 있다는 거냐”고 질문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주요 내용에 있으나 법안에는 없으니까 다 해결할 건데, 그걸 찾아서 굳이 법안에 있는 것처럼 얘기하는 이유가 뭐냐”고 날을 세웠다.
법사위 소속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26일 통화에서 “야당이 ‘채상병 특검법’을 만들면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사건을 공소취소하려고 관련 규정을 넣은 적이 있다”며 “이를 ‘복붙’(복사해서 붙여넣기)해서 졸속으로 만들다가 생긴 일로 보인다”고 말했다. 22대 국회에서 발의된 특검법안 중 특검의 공소취소 권한을 포함한 건 채상병 특검법이 유일한데, 이를 참고해 작성하다 문제가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은 당시 소위에서 창원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명태균씨를 서울로 데려와야 한다는 주장도 여러 차례 펼쳤다. 명씨 관련 사건 수사가 창원지검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대부분 이송된 만큼 향후 정치권 인사들과 대질조사 가능성 등을 감안해 이감 필요성이 있다는 얘기다. 이에 김 대행은 “(명씨는) 창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라 당장 옮길 상황은 아니다”며 “서울에서 대질 조사가 필요하면 잠시 이감하는 것은 검토는 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
명씨의 무릎 수술을 허용해 달라는 요청도 나왔다. 서 의원은 “명씨 증인출석을 요구했더니 ‘너무 다리가 아파서 장거리로 올 수가 없다’고 했다”며 “의료진 소견이 있었다면 수술하게 해줘야 되는 것 아닌가”라고 김 대행에게 말했다. 이에 한 여권 관계자는 “조기 대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명씨를 달래려고 모종의 ‘딜’(거래)을 하려는 모양새”라며 의구심을 드러냈다.
법사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야당 주도로 명태균 특검법을 의결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법안 상정에 반발해 전원 퇴장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