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지도자 이미지’ 어떻게 각인시킬까… ‘PI’ 전략 고심

입력 2025-02-27 02:1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2심 결심공판을 마치고 나오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검찰이 징역 2년을 구형한 가운데, 다음달 26일 항소심 판결 선고가 나올 예정이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PI’(President Identity·최고경영자 이미지) 구축 문제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조기 대선 현실화 가능성이 열려 있는 상황에서 아직 국가 지도자로서의 안정적 이미지가 대중에 각인되지 않고 있다는 당 안팎의 평가 때문이다. 이 대표는 최근 중도보수 지향을 내세워 이미지 전환을 시도했지만, 이와 상반되는 과거 행보로 신뢰도에 물음표가 따라붙기도 하는 상황이다. 이 대표 측은 “변신이 아닌 정중동 행보”라며 유연하고 친숙한 리더로서의 이미지를 부각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26일 통화에서 “대선은 미래에 대한 선택인데 이 대표에게 아직 그 이미지가 명확히 그려지지 않는다”며 “기업 방문을 비롯해 광폭 행보를 하지만 이런 PI 전략이 제대로 먹혀들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조기 대선 국면이 펼쳐질 경우 이 대표가 어떤 색깔로 어떤 정책 대안을 제시할 것인지 분명한 방향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 대표는 앞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가상자산 과세 유예 결정을 내린 데 이어 ‘성장 우선’ 담론을 내걸고 중도층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상속세 공제 한도 상향, 근로소득세 개편, 국내 생산 기업 세액공제 확대 등 감세에 무게를 싣는 목소리도 내는 중이다.

그러나 이 대표에게 투영된 이미지 상당수는 여전히 분배 의제인 ‘기본사회’와 연결된다. 성남시장·경기지사 시절부터 중앙의 유력 정치인으로 성장하는 길목마다 기본사회 시리즈를 핵심 정책으로 내세워왔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복지 분배론을 포기한 게 아니며 지금은 보다 시급한 ‘회복과 성장’에 무게를 둔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이는 여권으로부터 “정체가 무엇이냐”는 공격을 받는 요인도 되고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 대표가 전략적 우클릭을 통해 당장 중도층에 소구하는 정치적 성과는 얻을 수 있겠지만 잘못하다가는 국민의 신뢰마저 잃을 수 있다”며 “향후 대선 공약을 냈을 때 ‘과연 믿을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따라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선 이 대표의 중도보수 선언이 그의 권위주의적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의 정체성 설정이라는 중대한 문제를 의원들이나 당원들과의 사전 교감 없이 유튜브 방송을 통해 밝힌 건 자칫 독선적 리더십을 부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 측도 이런 우려를 고려해 비호감 이미지를 누그러뜨리고, 유연한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한다. 숙의와 토론을 통해 문제를 풀어내는 리더십을 강조하겠다는 취지다.

이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국민은 비상계엄 사태를 통해 대통령 혼자 결단하고 밀어붙이는 방식이 더는 통하지 않는다는 걸 여실히 깨달았다”며 “폭넓게 듣고, 대화와 타협을 거쳐 정책을 추진하는 이 대표의 모습은 현재 가장 중요한 변화 포인트”라고 말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