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PI’(President Identity·최고경영자 이미지) 구축 문제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조기 대선 현실화 가능성이 열려 있는 상황에서 아직 국가 지도자로서의 안정적 이미지가 대중에 각인되지 않고 있다는 당 안팎의 평가 때문이다. 이 대표는 최근 중도보수 지향을 내세워 이미지 전환을 시도했지만, 이와 상반되는 과거 행보로 신뢰도에 물음표가 따라붙기도 하는 상황이다. 이 대표 측은 “변신이 아닌 정중동 행보”라며 유연하고 친숙한 리더로서의 이미지를 부각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26일 통화에서 “대선은 미래에 대한 선택인데 이 대표에게 아직 그 이미지가 명확히 그려지지 않는다”며 “기업 방문을 비롯해 광폭 행보를 하지만 이런 PI 전략이 제대로 먹혀들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조기 대선 국면이 펼쳐질 경우 이 대표가 어떤 색깔로 어떤 정책 대안을 제시할 것인지 분명한 방향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 대표는 앞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가상자산 과세 유예 결정을 내린 데 이어 ‘성장 우선’ 담론을 내걸고 중도층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상속세 공제 한도 상향, 근로소득세 개편, 국내 생산 기업 세액공제 확대 등 감세에 무게를 싣는 목소리도 내는 중이다.
그러나 이 대표에게 투영된 이미지 상당수는 여전히 분배 의제인 ‘기본사회’와 연결된다. 성남시장·경기지사 시절부터 중앙의 유력 정치인으로 성장하는 길목마다 기본사회 시리즈를 핵심 정책으로 내세워왔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복지 분배론을 포기한 게 아니며 지금은 보다 시급한 ‘회복과 성장’에 무게를 둔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이는 여권으로부터 “정체가 무엇이냐”는 공격을 받는 요인도 되고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 대표가 전략적 우클릭을 통해 당장 중도층에 소구하는 정치적 성과는 얻을 수 있겠지만 잘못하다가는 국민의 신뢰마저 잃을 수 있다”며 “향후 대선 공약을 냈을 때 ‘과연 믿을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따라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선 이 대표의 중도보수 선언이 그의 권위주의적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의 정체성 설정이라는 중대한 문제를 의원들이나 당원들과의 사전 교감 없이 유튜브 방송을 통해 밝힌 건 자칫 독선적 리더십을 부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 측도 이런 우려를 고려해 비호감 이미지를 누그러뜨리고, 유연한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한다. 숙의와 토론을 통해 문제를 풀어내는 리더십을 강조하겠다는 취지다.
이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국민은 비상계엄 사태를 통해 대통령 혼자 결단하고 밀어붙이는 방식이 더는 통하지 않는다는 걸 여실히 깨달았다”며 “폭넓게 듣고, 대화와 타협을 거쳐 정책을 추진하는 이 대표의 모습은 현재 가장 중요한 변화 포인트”라고 말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