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이 어딨더라. 안경 없이는 사물을 분간 못 하는 곰. 안경이 기린 집에 있을 거로 생각하고 찾아 나선다. 익숙한 길이지만 평소 안 보이던 동물 친구들이 반갑기만 하다. 사슴, 악어, 홍학, 코끼리까지. 기린 집에 도착하자 이번에는 뱀도 보인다. 기린은 깜짝 놀란다. 뱀이라고? 나야 나라고.
안경을 되찾고(사실 곰의 착각이다. 자기 머리에 쓰고 있었다) 믿지 않는 기린과 함께 오던 길에 본 동물들을 확인하러 간다. 하지만 사실 기린 집으로 가는 길에 봤던 사슴은 잎이 진 나무였고, 악어는 뾰족뾰족 풀이었고, 코끼리는 커다란 바위였다. 그래도 곰에게는 사슴이고 악어고 코끼리였다. 곰에게 안경은 편견이고 규칙이었다. 안경을 벗는다는 것은 상상 속 행복한 세상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세상을 보는 법에 대한 유머러스하고 즐거운 이야기다.
맹경환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