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정선거론과 반중 정서로 한·중 관계 그르치는 일 없어야

입력 2025-02-27 01:20
국민일보DB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을 계기로 불거진 반중 정서로 자칫 한·중 관계가 훼손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심판정에서 윤 대통령 측이 중국의 부정선거 개입 가능성을 제기한 뒤 강경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반중 움직임이 노골화되고 있어서다. 주말이면 광화문이나 주한 중국대사관이 있는 서울 명동 일대에서 ‘멸공’ 등의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는가 하면, 대사관 난입도 시도했다. 극우 유튜버와 일부 정치인들도 양국 관계를 갈라놓기에 골몰하고 있다.

급기야 다이빙 주한 중국대사가 25일 기자간담회에서 “극소수가 반중 정서를 퍼뜨리지만 파괴력이 강해 중·한 관계와 중국 관광객에게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요즘 혐중 분위기 탓에 중국 관광객과 국내 거주 중국인들이 중국말을 삼가거나 외출을 꺼리는 등 불안해하고 있다고 한다.

대통령 측이나 유튜버, 정치인 등이 근거 없이 중국의 선거 개입 가능성을 제기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태다. 누군가의 사법적, 정치적 이익을 위해 특정국을 악마화하고 그 나라 국민에게 위협을 주는 일은 용납될 수 없다. 그런 주장에 휩쓸려 시위하고 대사관 난입을 시도하는 일도 있어선 안 되고, 불법이 있다면 엄단해야 한다. 이런 일들이 최근 모처럼 조성되고 있는 한·중 간 해빙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지 않도록 양국이 상황 관리에 바짝 신경써야 한다.

몰지각한 반중 행태야 당장 중단돼야 하겠지만, 동시에 중국도 이번에 반중 정서가 왜 이렇게 불이 붙었는지 그 배경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중국은 8년 전 한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반입에 반발해 지금껏 보복해 왔고, 이로 인한 한한령(한류 금지령)과 한국 기업 철수도 잇따랐다. 여기에 더해 직전 주한 중국대사가 오만한 태도로 자주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런 안 좋은 기억들이 촉매가 돼 반중 정서가 확산된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외교관계는 상대를 존중하고, 갈등이 생겨도 보복을 앞세우기보다 해소하려는 노력을 최대한 기울여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한·중이 더 긴밀히 소통하고, 해묵은 갈등도 조속히 해결해 관계가 더욱 돈독해질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