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빙 주한 중국대사가 ‘중국의 선거 개입 음모론’ 등을 타고 한국에서 반중 정서가 번지는 데 대해 “(반중) 세력은 한국의 극소수지만 강한 파괴력을 갖고 있다”며 “중국에 대한 지적은 터무니없고 이런 집회가 반복되면 한국의 이미지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또 한국이 중국의 인공지능(AI) ‘딥시크’ 서비스 일부를 잠정 제한한 데 대해 “이른 시일 내에 해제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이 대사는 25일 서울 중구 중국대사관에서 부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반중 세력이 중국을 카드로 삼아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 한다”고 지적하면서도 “한국인은 이런 세력들의 진실을 잘 구분하고 판단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다이 대사는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인 지난해 12월 27일 부임했다. 그는 탄핵 정국 여파로 한국에서 중국의 선거 개입 음모론과 반중 시위가 거세지는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특히 ‘캡틴 아메리카’ 복장의 40대 남성이 중국대사관에 난입한 사태에 대해 “아주 악성적인 사건”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다이 대사는 “중국이 한국 선거에 개입했다는 주장은 아무런 근거가 없고 중국대사관도 여러 차례 중국인에게 한국 정치 행사에 참여하지 말 것을 권고해 왔다”며 “유언비어를 날조하는 것은 중국인의 한국에 대한 나쁜 인상을 조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의 혼란스러운 한국 정치 상황에 대해서는 “중국은 항상 내정 불간섭 원칙을 견지한다”며 “한·중의 외교 채널이 순조롭게 구축돼 있고 더욱 악성적인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려는 노력의 방향이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다이 대사는 딥시크를 통해 개인정보가 중국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국내 일각의 우려도 일축했다. 그는 “(딥시크는) 아주 혁명적인 혁신”이라며 “과학기술 문제를 정치화하고 차별적인 대우를 하는 데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 정부는 한 번도 기업이나 개인이 불법적인 방식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거나 저장하도록 요구한 적이 없다”며 “한국이 자국의 이익과 인공지능 협력 측면에서 중국과 협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관계를 두고는 “중·미 간 패권을 다투는 게 아니라 미국이 중국의 발전을 억제하는 것이 그 관계의 본질”이라며 “보호주의는 국내 산업 발전과 물가 등에 유익하지 않다. 관세 정책은 패권 행사”라고 지적했다.
다이 대사는 다만 국내에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한한령’(한류 제한령) 해제 여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한한령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K팝 스타가 중국에서 공연하면 한·중 관계를 촉진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중국으로서는 반중 정서가 여전히 있는 상황에서 문화 교류에 대해 중국인이 어떤 감정을 느낄지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박민지 박준상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