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각 붕괴 사고를 수사 중인 경찰이 현장 관계자들을 소환조사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고속도로 붕괴 사고 수사전담팀은 26일 시공사인 현대엔지니어링과 하도급사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했다.
하도급사들은 거더(다리 상판 밑에 까는 보의 일종)를 설치하는 작업과 거더 위에 슬라브(상판)를 얹는 작업을 맡았다.
경찰은 회사 관계자로부터 거더 등을 사전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이 절차에 맞게 이뤄졌는지, 안전 수칙을 준수했는지, 작업자 교육이 적절했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
경찰은 또 시공사로부터 사고 당시 현장 CCTV를 확보해 영상을 분석 중이다. 영상을 보면 2개씩 일렬로 선 교각 위에 콘크리트 재질의 거더 6개가 1세트로 걸쳐져 있고, 그 위로 런처(거더 인양 및 설치 장비)가 설치돼 있다.
영상 시작 2초 만에 거더 6개가 우측으로 서서히 움직이더니 불과 5초 만에 거더가 아래로 붕괴한다. 그 뒤로 다른 거더 3세트가 거의 시차를 두지 않고 무너진다.
경찰은 붕괴한 거더가 별다른 고정 장치 없이 교각 위에 올려져 있던 것으로 추정하고, 교량 건설 과정 전반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또 사망한 작업자 4명의 시신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 의뢰해 정확한 사인을 파악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날 주우정 대표이사 명의의 공식 입장문을 내고 “당사가 시공 중인 공사현장에서 결코 일어나선 안 될 사고가 발생했다”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께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부상자와 가족들에게도 “사과드리고 빠른 쾌유를 빈다”고 덧붙였다.
주 대표는 “회사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피해자 지원과 사고수습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조속한 현장 수습과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관계 기관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최선을 다해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며 “향후 이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수립해 철저히 이행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번 사고로 당초 2026년 말로 예상되던 서울세종고속도로 개통 시기가 1년 이상 늦춰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2017년 8월 경기 평택시 팽성읍 신대리 평택국제대교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붕괴 사고 역시 사고 조사 과정이 장기화되면서 준공 시기가 당초 2018년 12월에서 2020년 1월로 늦춰지기도 했다.
안성=김성준 기자, 권중혁 기자 ks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