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이후 국민과 환자의 생명, 건강을 지켜야 하는 의료 분야가 오히려 걱정과 근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해야 할 정치권은 오늘도 새로운 갈등을 만들어내기 바쁘다. 야당 의원실 한 곳은 지난해 2~7월 무려 3136명 초과사망 발생이 확인됐다며 보도자료를 냈다. 유수의 의대 교수 출신 국회의원이라는 권위가 더해져 많은 언론이 기사화했다.
과연 그런가. 보도자료의 표를 보면 전체 의료기관 초과사망 상위 20개 질병군에서 초과사망 2479명으로 압도적 다수를 차지한 질병군은 환자 분류체계상 ‘U6032’다. 이는 64세 이상 환자, 치매다. 당연히 요양병원에서 대다수 초과사망(2414명)이 발생했다.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하게 되는 중요한 질병군인 패혈증은 오히려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에서 초과사망이 각각 13명, 101명 감소했다.
심지어 해당 보도자료조차 “요양병원 사망률이 1.14%에서 1.7%로 0.56% 포인트 늘며 사망률이 가장 많이 증가했고, 초과사망은 4098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상급종합병원 초과사망은 110명, 종합병원은 76명이었다”고 기술했다. 사실상 인턴, 레지던트가 모두 이탈한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에서 의외로 초과사망이 많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중증응급환자를 담당하는 권역·지역 응급의료센터 역시 상급종합병원·종합병원으로 지정돼 있으니 그렇게 ‘죽어나간다’ ‘무너진다’고 했던 응급의료체계는 상당히 유지되고 있다는 걸 오히려 보여주는 게 아닌가.
요양병원에서 상태가 나빠진 환자들이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으로 제때 전원(轉院)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서 사망했다고 주장한다면 되묻고 싶다. 요양병원 전원 환자로 중환자실 병상을 꽉꽉 채우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90대 후반의 치매 환자가 요양병원에서 와상 상태로 지내다 폐렴, 욕창이 심해져 상급종합병원으로 전원해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를 달고 하염없이 치료를 이어간다고 생각해보자. 의료 윤리의 문제, 나아가 철학과 종교의 영역에서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겠지만, 당장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의료비와 제때 치료받아야 하는 유소아, 청장년 중증응급환자는 어디에서 치료받아야 하는가.
가장 빠른 속도로 초고령화사회에 돌입한 한국의 노인 인구 집단 사망률 증가는 예측할 수 있다. 관련 사망자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의료대란으로 대학·종합병원에 내원한 응급환자는 물론 요양병원에서 상태가 악화한 환자들까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했다”며 2024년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에 멍에를 씌우고, 존재하지도 않는 ‘초과사망’이라는 관념 속 개념으로 통계를 왜곡하며 자의적으로 해석하지 말아야 한다. 정치적 색안경을 쓰고 의료 분야까지 사실을 굴절시켜 버리면 결국 국민과 환자의 생명과 건강에 나쁜 결과로 돌아올 뿐이다.
이경원 대한응급의학회 공보이사